▲ 창원지방검찰청 마산지청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협력사 죽이기‘ LG-강씨 사건을 둘러싼 핵심 내용은 ‘2억 5000만원’이다. LG전자는 2010년 A씨의 계좌에 2차례 돈을 입금했다.

금액은 각각 2억원(1월). 5000만원(3월). 총합은 2억 5000만원이다. A씨는 경찰 조사가 시작된 후 줄곧 자신의 계좌로 2억 5000만원이 입금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담당 검사는 이 사건의 공소장을 2억원으로 작성했다.

LG의 사기극 “난 피해자”

공소장에 따르면 LG가 A씨 통장에 2억원을 입금한 이유는 “A씨가 금액을 부풀렸기 때문”이다. 즉 A씨가 자신이 받아야 할 돈을 부풀려 LG로부터 2억원을 뜯어내는 ‘사기’를 쳤다는 것이다. 이로써 LG전자는 사기를 당한 ‘피해자’로 둔갑했다.

애초에 강씨는 협력사 A씨에게 채권 관계로 1억 5000만원을 지불해야 했지만, 자금 사정이 악화된 관계로 1억원밖에 줄 수 없었다.

남은 5000만원은 LG가 대위변제를 하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LG가 제대로 확인도 않은 채 A씨가 달라는 대로 2억원, 정확히는 2억 400만원을 입금했다는 것이 공소 내용이다. A씨는 ‘사기를 친’ 죄를 뒤집어쓰고 2012년 10월 구속된다.

강씨는 이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재판정에 뛰어들어가 “거짓 공소장”이라고 소리를 치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그는 2억 공소장이 거짓임을 거듭 주장했다. LG 같은 대기업이 100원도 허투루 집행하지 않을 곳인데, 2억원을 속아서 지불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설명이라고 했다.

또 LG가 5000만원을 추가 입금했지만 그 돈의 목적은 제대로 밝히지 않고 담당 검사가 공소장을 2억원으로 작성한 것 또한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게다가 LG전자가 2억 5000만원을 A씨에게 보낸 계좌는 LG법인 명의가 아니었다. 현재 창원 원재료구매팀 부장인 송모 씨의 개인 계좌였다.

이렇게 LG와 짜고 치는 각본을 만들고 당시 구속된 A씨를 위해 LG는 신속히 구본준 대표 명의로 합의서를 써줬다. A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이다. 덕분에 A씨는 약 1달 후 집행유예로 나올 수 있었다.

사건을 정리해보면 A씨는 LG를 피해자로 만들어주기 위해 ‘독박을 쓰는’ 역할을 맡았다. 이는 녹취록에서 LG 측 인사들이 하는 말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후에 2014년 녹취록에서 권 차장(현 부장급)은 “LG가 김 사장(A씨를 가리킴)을 방치해 버렸네, 도의적으로 기본적인 의리는 지켜야 되는데. 엘지가 너무했네!”라고 말한다. LG전자의 잘못을 덮기 위해 수감됐다가 나온 A씨에게 의리를 지키지 않았다는 말이다.

5000만원의 실체

그럼 2억보다 두 달 늦게 추가 입금된 5000만원은 무엇일까. A씨에게 속아서 2억원을 입금했다는 LG가, 2달 뒤에 또 5000만원을 넣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5000만원의 정체는 LG가 강씨를 매장하기 위한 각종 소송 비용으로 지급한 돈이다. 이 돈은 LG본사 감사실장의 지시로 권씨가 허위 지불확약서를 만들어 지급했다. 4개 업체를 시켜 2009년 7~8월경부터 강씨를 상대로 시작한 민사소송 비용으로 쓰인다.

A씨는 이렇게 말한다. “2억 5000만원 중 5000만원이 가장 비도덕적인 부분이다. 강씨를 죽이기 위한 허위 고소·고발을 하기 위해 엘지 본사에서 법적 비용으로 쓰라고 대준 돈이다.”

또 5000만원의 일부는 강씨 회사의 직원이었던 강모씨를 회유하기 위한 자금으로도 쓰였다. 강씨는 이 돈을 받고 당시 허위진술을 했으며, 해당 사건이 현재 마산동부경찰서에 이첩돼 있다.

A씨가 받은 2억원에 대해 다시 얘기하자면, 명목상 이름은 ‘물품대금’이다. A씨가 LG로부터 받아야 하는 물품의 대금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사실은 LG전자가 강씨를 매장시키려고 A씨를 이용하는 대가에 대해 치른 돈이었다. 쉽게 말해 ‘공작금’인 셈이다.

이 2억원에 대한 자료는 LG가 ‘절대 내놓지 말아야 할 자료’로 일부러 표시까지 해 놓았지만 법무팀이 실수로 제출하면서 드러난다.

A씨는 이 모든 사안에 대해 “바둑으로 보자면 나는 그들이 움직이는 바둑돌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연극에 비하자면 총감독은 LG, 조감독은 그의 사주를 받은 협력사 T사의 사장이었다.

LG전자는 강씨와 약속한 물량을 지급하기 싫었고, 이에 더해 강씨가 운영하던 미래지원의 설비까지 훔쳐간 사실을 덮기 위해 이런 사기극을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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