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천주교와 개신교 등 기독교에서는 ‘사순절(四旬節)’을 지켜오고 있다. 올해 사순절은 2월 18일부터 4월 4일까지다. 사순절이 무엇일까?

사순절은 부활절 전까지 여섯 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 동안의 기간을 말한다. 약 4세기경부터 시작됐는데, 예수가 세례를 받은 뒤 40일 동안 황야에서 금식을 하고 사탄의 유혹을 받으며 보낸 기간을 기념해 생긴 관습이다. 이 40일간 금식과 특별기도, 경건의 훈련 기간으로 삼는다. 사순절 동안 성도는 주님의 십자가를 생각하며, 회개와 기도, 절제와 금식, 깊은 명상과 경건의 생활을 통해 수난의 길을 걸어가신 주님을 기억하며 그 은혜를 감사한다.

사순절이라는 말은 사실 성서에 없다. 초기 그리스도교도들은 그 기간을 테사라코스테(Tessarakoste)라는 그리스어, 혹은 쿠아드라게시마(Quadragesima)라는 라틴어로 불렀는데, 둘 다 ‘40번째’라는 뜻이다.
사순절의 기간은 동방교회와 서방교회가 서로 달리했다. 동방교회는 600년경부터 7주간으로 했고(토요일과 주일을 제외하고 부활주일만 포함해 36일을 지킴), 서방교회는 6주간(주일을 제외하고 36일을 지킴)으로 했다. 예루살렘교회만 4세기 때처럼 40일을 지켰는데 그중 5일만 금식했다.

그러던 것이 교황 그레고리 때부터 40일을 지키게 돼 가톨릭에서는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부터 사순절이 시작됐다. 가톨릭에서는 수요일에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상징으로 머리에 재를 뿌리는 의식을 행했는데, 이날을 로마 교회에서는 공식적으로 참회하는 날로 정하고 옷에다 재를 뿌렸다. 현대 로마가톨릭교회에서는 이 재의 수요일에 종려나무 가지를 태워 얻은 재와 십자가를 참례자들에게 함께 나누어주어 예배의 의미를 북돋운다. 루터교회와 성공회에서도 같은 행사를 가지지만 그리스 정교회에서는 사순절이 월요일부터 시작되므로 재의 수요일은 없다.

처음에 금식의 규칙은 매우 엄격했다. 예를 들어 동방정교회는 하루에 해가 진 다음에 한 끼 식사만 허용하며, 육식은 물론 생선과 달걀도 40일 내내 금한다. 하지만 다른 그리스도교 교회에서는 그 규칙이 점차 느슨해졌다. 13세기부터는 간단한 식사를 허용해 밀라노에서는 36일간 금식을 했고, 9세기에서 14세기에 이르는 동안엔 교구 성직자는 칠순절부터 금식을 시작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금식은 완화됐고, 교회에 따라서 구제와 경건의 훈련으로 대치해 지키고 있다. 사순절의 주된 정신은 참된 자아를 추구하고 영적인 준비를 갖춘 뒤에 부활절을 맞아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사순절에는 엄격한 단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순절 이전의 화요일은 대대적으로 잔치를 벌이는 날이 되기도 했다. 지금도 미국의 뉴올리언스 같은 지방에서는 마르디 그라(Mardi Gras), 즉 ‘기름진 화요일’에 잔치를 벌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