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측면에서 본 전남 무안군 몽탄면에 자리한 무안 식영정 측면 ⓒ천지일보(뉴스천지)
▲ 전남 무안군 몽탄면에 자리한 식영정 ⓒ천지일보(뉴스천지)
영산강과 주변 경관 명소 헤쳐 ‘눈살’
군, 문화재 보존·감시 능력 미비 들통
1억 6000만원 지원받고도 그간 쉬쉬
관광문화과 “문화지킴이 마련하겠다”

[천지일보 무안=김미정 기자] 전남 무안군 몽탄면 소재 명소로 알려진 ‘식영정’이 국가예산이 마련돼 있음에도 필요시 지원하지 못하는 군의 부실한 관리 시스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식영정(息營亭)은 한호 임연 선생이 1630년 무안에 입향한 뒤 강학 소요처로 지은 정자로,
팔각지붕을 띈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단층 형태다. 명칭도 그의 호인 한호처럼 한가로움을 좋아한다는 취지를 반영해 ‘그림자가 잠깐 쉬었다 가는 곳’이란 뜻이 담겨있다.

이름에 걸맞게 식영정은 영산강과 주변의 경관이 잘 어우러져 많은 시인 묵객들이 찾았으며, 임연의 증손으로 동사회강(東史會綱)을 지은 문인 학자인 노촌 임상덕이 제현과 교류하는 등 무안 몽탄 이산리의 나주 임씨의 강학 교류 공간이기도 했다. 다만 현재 식영정은 1900년대 초반에 중건된 건물이다.

▲ 식영정 주변에 있는 510년 된 팽나무, 그 아래 영산강이 보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무안 식영정에서 내려다 본 영산강 ⓒ천지일보(뉴스천지)

무안군은 식영정의 이 같은 역사적 명소를 인정해 지난 2002년 4월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237호로 지정했다. 그러나 문화재자료로 지정만 됐을 뿐 관리가 부실해 문화재 훼손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식영정 주변은 물고기 운반용 대형 물통과 다른 쓰레기들이 버려져 방치돼 있고, 식영정을 지탱하는 경사면의 흙이 무너져 붕괴 위험에 처했다.

무안 식영정을 찾은 한 관광객은 “이곳에 오면 안동 하회마을처럼 영산강이 S자로 휘돌아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직접 와보니 하회마을보다 훨씬 수려한 경관에 감탄했다. 하지만 식영정을 처음 마주하는 것은 쓰레기더미였고 법면의 토사가 무너져 붕괴 위험마저 보인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 무안 식영정 주변에 버려진 대형 물고기 운반용 물통과 쓰레기 ⓒ천지일보(뉴스천지)
▲ 무안 식영정 주변에 폐타이어와 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토사가 흘러내려 장마철이면 붕괴될 위험을 안고 있는 무안 식영정 ⓒ천지일보(뉴스천지)
무엇보다 군은 국가에서 받은 문화재 관련 보수정비 사업비를 보수 및 관리, 감시가 필요한 문화재에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무안군에 따르면, 2015년 무안군 문화재 관련 전체 예산은 5억 1700만원으로 책정됐다. 그중 보수정비사업으로는 국가지정문화재 2억 4천만원, 도·지정문화재(문화재자료 포함) 1억 6천만원, 향토예산보수 긴급보수 1천만원이다.

이에 대해 무안군 관광문화과 문화예술담당 이혜향 계장은 식영정 관리 부재를 즉각 시인했다. 이 계장은 “현재 식영정에 있는 쓰레기나 관리 부분에서는 큰 도시의 경우 문화재지킴이가 있지만 군에는 없는 실정”이라며 “2분기에 문화지킴이라도 발족해서 속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경사면도 보수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또 일각에서는 시·도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자료로 지정돼 관리가 더 미흡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화재자료란 시·도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중 향토문화보존상 필요하다고 인정해 시·도 조례에 의해 지정된 문화재다. 시·도지정문화재와 문화재자료로 지정하는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 계장은 “올해 3월에 인사이동을 와서 시·도지정문화재와 문화재자료의 기준은 잘 모르겠다”며 “하지만 식영정은 강학의 장소 가치를 인정해 문화재자료로 지정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군이 식영정을 조선시대 문화재자료로서 가치를 발휘하고 훌륭한 유산으로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지 않도록 국가예산안을 토대로 후속 처리 시스템이 아닌, 사전 감시·감독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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