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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 전문기관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최근 한국종교와 종교인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의식을 심도 있게 분석한 조사결과를 내놓아 사회에 작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설문결과 가운데 관심을 끈 몇 가지 주제를 선정해 다시금 조명함으로써 한국종교의 현주소를 진단하고자 한다.

제도권 종교단체 떠나는 신앙인

우리 국민 10명 중 7명꼴
종교단체에 구속되기 싫어해
“성숙한 신앙인 담아내려면
한국교회 열린 태도 보여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교회’ ‘성당’ ‘사찰’ 등 제도화된 종교단체에 출석하기를 거부하는 종교인이 늘고 있다. 개신교에서는 이른바 ‘가나안(교회에 안 나간다는 뜻)’ 교인이라고 칭하고 있으며 천주교에서는 ‘냉담교우’로 표현하고 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1984~2014)’ 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교를 믿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종교 단체에 얽매이는 것은 싫다고 여기는 종교인들이 상당하다.

종교단체 출석하는 것에 대해서도 개신교인을 제외한 나머지 종교인들은 비교적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은 지난 1984년부터 2014년까지 30년간 5차례에 걸쳐 한국인의 종교의식과 성향을 조사했다.

◆“종교 좋지만 단체에 얽매이기는 싫어”

▲ (자료출처: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이번 조사에서 ‘종교를 믿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종교단체에 얽매이는 것은 싫다’는 항목에 대해 긍정한 응답자는 67%였다. ‘아니다’라고 답한 사람은 28%에 그쳤다. 열 명 중 일곱 명 꼴로 종교단체에 거부감을 보인 것이다. 거부감은 개신교인이 52%로 가장 적었고, 비종교인이 75%로 가장 컸다.

아울러 ‘종교를 아무리 열심히 믿어도 교회나 절에 나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항목에 대해서는 27%만이 긍정할 뿐이었다. 반대는 65%에 달했다. 종교별로 보면 개신교인은 절반(49%)이 ‘교회나 절에 반드시 나가야 한다’고 답했으며 천주교인은 32%가 긍정했다. 불교인은 19%로 비종교인(20%) 보다 더 낮았다. 지난 1984년 조사에 비해 개신교인은 그 비율이 소폭 하락한 반면, 비종교인은 1997년 9%, 2004년 16%, 2014년 20%로 증가했다.

개신교인은 종교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믿음이 가장 강했고, 종교단체 구속에 대한 거부감은 적었다. 그러나 비종교인은 종교가 삶에 기여하는 바를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며 특히 종교 단체 구속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컸다.

이러한 조사결과와 관련해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윤승룡 소장은 “종교인의 외적 종교성 하락에도 불구하고 10년 전보다 종교인 내면의 종교 경험은 대체로 증가했다”며 “개신교인의 내외적인 종교성 증가는 최근 개신교의 신앙 측성(개신교적 정체성)이 많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되며, 천주교의 외적 종교성 감소는 전례 참석 중심으로의 변화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러 종교 인정하는 ‘멀티 신자’ 등장?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은 기존의 제도권 종교단체에 대한 반감을 갖는 종교인들에 대한 현상을 분석했다. 그리고 이번 조사에서 자신이 비종교인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사실은 종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멀티 신자화 현상’이다.

이들은 특정 종교에 국한되기보다 ‘영성’이라는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현대화된 종교인이다. 이를테면 개신교 신자이면서도 피정, 템플스테이, 내림 굿 등에 참여하며 꾸란을 읽는 등 여러 종교에 존경심을 표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하나님을 믿는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다른 종교에 존경심을 표한다는 점 때문에 한국교회가 인정하지 않는 교인들이다. 그는 현대신학에서는 이러한 신앙인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한국교회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실장은 “세계적으로 봤을 때 단일 종교사회는 거의 없다”라며 “여러 종교에 경의를 표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신학도 이를 담아내고 있지만 교회는 이러한 교인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닫힌 모습을 자꾸 고수하기 때문에 성숙한 신앙인들을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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