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불태웠다는 누명을 쓰고 군중에게 몰매를 맞아 숨진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장례식에서 전통을 깨고 여성들이 운구하는 ‘파격’적인 모습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최근 아프간 카불의 한 이슬람 사원 인근에서 코란을 불태웠다는 누명을 쓰고 500명 이상의 남성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해 숨진 여성 파르쿤다(28)의 장례식이 22일(현지시각) 카불에서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장례식에서는 특히 통상적인 이슬람교의 관례를 깨고 파르쿤다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고 항의하는 여성 인권운동가들이 운구했다. 이슬람권에서는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운구하고 여성은 장례식에조차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파르쿤다의 부친인 무함마드 나다르는 여성들이 파르쿤다의 관을 옮기도록 허락했다.

인권운동가인 라민 안와리(30)는 “이번 장례식은 역사적이고 혁명적인 일”이라며 “집에서 묘지까지 운구한 조문객들은 아프간 사회의 변화와 함께 파르쿤다 살해를 지지한 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나는 처음으로 이슬람 율법을 왜곡해 아프간에 수많은 고통을 야기한 율법학자들을 향한 눈에 띄는 분노를 봤다”고 덧붙였다.

와지르 아크바르 칸 모스크(이슬람 사원) 율법학자인 무함마드 아야즈 니아지는 최근 설교를 통해 파르쿤다의 살해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된 남성 9명의 석방을 요구해 인권운동가들의 분노를 샀다. 그는 용의자들을 체포할 경우 폭동이 야기될 것이란 이유로 정부에 그들을 체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니아지는 파르쿤다의 장례식에 참석했지만 분노한 조문객들에게 쫓겨났다.

파르쿤다의 오빠 나지불라는 “우리는 가난한 가족이며 아무런 연줄도 없다”며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오로지 범인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내무부 수사국은 모든 증거를 검토했지만 파르쿤다가 코란을 불태웠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아무런 증거도 발견할 수 없었다며 “전적으로 무고하다”고 밝혔다. 수사관들은 파르쿤다가 코란이 아닌 부적을 불태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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