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장

 
처음 보는 장면에 모두들 놀랐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데도 태연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비록 미국 국적의 외국인 선수지만 돌발적인 행동은 큰 파장을 불러왔다. 성난 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비난글을 잇달아 올렸으며, 구단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긴급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도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퇴출카드를 빼들었다. 프로농구 창원 LG 외국인 선수 데이본 제퍼슨 사건의 줄거리다.

지난 1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모비스와의 2014-201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국민의례 때 제퍼슨의 돌발적인 행동은 관례적인 행사에선 크게 벗어나는 것이었다. 애국가에 예의를 갖추지 않음으로써 한국 프로농구와 대한민국을 모욕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프로농구는 물론 주요 국내외 경기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국민의례는 미국 프로농구 NBA나 대학농구 NCAA에서도 행해지고 있으며 애국가가 연주될 때 선수들은 정중히 예의를 취한다. 한국농구연맹(KBL) 역시 “애국가가 나올 때, 선수들은 도열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제퍼슨은 왜 이런 센세이셔널 행동을 한 것인가? 뭔가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상징적인 제스처였나, 아니면 순간적인 실수에서 나온 것인가 등 그 원인과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일단 제퍼슨 자신과 구단 측의 발표에 따르면 의도된 행동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퍼슨은 김진 감독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경기 시작 전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통증을 느껴서 이를 풀어보려고 스트레칭을 했다. 아주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결코 어떠한 문화도 무시하지 않는 사람이다.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사과했다.

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 전후의 개인적인 행동에서 다분한 의도성이 짙은 대목들이 나타나, 프로농구 구단들의 국내 외국인 선수관리에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제퍼슨은 국내 팬들의 SNS 비난글에 맞대응, “나는 이렇게 일어난다(I woke up like this)”는 문구와 함께 손가락 욕의 의미를 담은 사진을 게재했기 때문이다. KBL이 그에 대해 중징계 등을 내리기 전에 해당 구단에서 퇴출이라는 극약처방을 결정했지만 제퍼슨 문제는 애국가와 선수와의 자세와 관련해 새로운 성찰을 갖도록 했다.

애국가는 국가를 찬양하고 국가의 안보를 도모하는 데 역점을 두는 국민 의식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애국가는 국가주의와 민족주의가 팽배해지며 국민들에게 충성을 요구하며 애국심과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중요 국제대회 메달 수여식에서 금메달리스트의 소속 국가의 애국가가 국기게양과 함께 연주될 때, 국민들은 솟구치는 애국심을 강렬히 느낀다.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종목에서 한국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피겨 금메달을 획득할 때, 우리 국민들은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것을 보면서 뜨거운 감동을 맛봤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선 북한의 조총련계 골잡이 정대세가 브라질전에 앞서 북한 국가가 연주될 때,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정대세는 경기 후 “왜 울었느냐”는 물음에 “세계선수권대회에 드디어 나오게 되었고 세계 최강 팀과 맞붙게 됐기 때문에 좋아서 그랬다”고 답해 국가주의를 강요하는 북한과는 정서적으로 다른 개인적인 성향을 보여주었다.

다양성과 개인화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디지털 사회에서 선수들이 소속 국가에 관계없이 서로 섞여서 자신들의 개인 기량을 우선적인 경쟁요소로 간주하고 있지만 한 국가가 지향하는 규범과 가치는 존중해야 한다. 애국가는 한 국가라는 동일체 의식을 부여해주고 국민들에게 안정감과 자부심을 일깨우는 중요한 의식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비록 다른 국적의 사람이더라도 국가 연주 중에는 적절한 예법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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