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
조병화(1931~2003)
세월이 잃고 간 빛처럼
낮 하늘에
달이 한 조각 떨어져 있다

[시평]
“낮에 나온 반달은 조각 반달은” 하는 유명한 동요가 있다. 이때 반달은 상현달이다. 초승달에서 상현달까지의 달은 계절에 따라 낮 시간에 뜰 때도 있다. 그러다가 차차 둥근달이 되면서 밤 시간으로 뜨는 시간이 옮겨간다. 물론 낮에 달이 보이는 시간은 낮 시간이 긴 하절기에나 가능하기도 하다.

이렇듯 낮에도 달이 뜨는 데도, 우리의 인식 속에서는 달은 한밤에 뜨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낮에 떠 있는 달을 보면, 마치 잘못 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마치 흘러간 세월 속에서 그 세월이 잃어버린, 그래서 이제는 아무 짝에도 쓸데가 없는 ‘빛’ 마냥 생각되기도 한다.

한 생애를 살아가면서, 그 생애 속에서 놓쳐버렸던 세월. 그래서 아무러한 구원이 되지 못했던 시간 마냥, 밝은 태양 아래 아무러한 빛도 발하지 못하는 ‘다만 빛으로 떠 있는 낮달’. 우리의 세월이 잃고 간 빛. 쓸쓸한 우리의 잃어버린 세월. 그러나 그 세월도 우리는 때때로 그리워한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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