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일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에 전격 합의했다.

노사정 3자가 합의한 내용 중 복수 노조 설립에 관한 건은 2년 6개월 후인 2012년 7월까지 유예하기로 하고 전임자 임금은 2010년 7월부터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 노조 설립은 지난 1997년 여야가 합의한 바 있지만 올해까지 13년 동안 무려 세 번씩이나 유예됐다.

그동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노조에 대한 탄압 성격이 짙다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여러 차례 협상에도 노조의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사측에게 유리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급기야 민주노총은 회의에 불참을 선언하는 파국을 맞았다.

노동계의 양축 중 하나인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볼 때 이번 노사정 합의는 반쪽 합의에 불과하다.

말이 합의지 결국 노동계가 줄곧 주장해 온 복수노조 설립은 2년 6개월이나 시행을 유예하고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당장 내년 7월부터 시행한다는 것은 사측 주장을 대거 반영한 일방 합의인 것이다.
이번 노사정 합의는 현 정부의 노사 문제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힘 없는 노동자와 국민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닌 재력을 가진 재벌과 가진 자의 편에 서는 것으로 ‘있는 자의 정부’라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원칙에 동감하지만 현실적으로 노조 전임자에 대해 임금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노조 활동에 대한 무력화와 노동권의 사측 예속이라는 현실로 점철된다.

자율적인 노동운동을 방해해 노동자들의 권익을 말살하겠다는 사용자와 정부의 일방적인 선언에 불과하다.

복수노조 설립을 늦춘 이유도 민주노총에게 주도권을 뺏길 것을 우려한 한국노총과 노조의 난립으로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재계의 이해가 일치한 것으로 보여진다.

현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용산참사와 철도 파업에서도 볼 수 있듯 상호 타협은 없고 약자의 일방적 강요만 있다.

선진 노사문화의 정착은 노사정 삼자 간 대타협 이전에 노-사 양당간 협력과 양보 그리고 희생이 선행돼야 한다.

노사정 대타협으로 삼자 간 합의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어느 한 쪽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한 내용이라면 다시 한 번 고민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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