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목공의 초청으로 야만족 융나라 왕이 유여라는 인물을 진(秦)나라에 보내왔다. 유여의 선조는 진(晋)나라 사람이었으므로 진나라 말을 알아들었다. 목공은 유여에게 중원에서는 시서, 예악, 법도에 따라 다스리고 있는데도 소란은 그치지 않고 있는데 융은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 나라를 다스리고 있느냐고 물었다. 유여가 그 말에 웃으며 답했다.

“처음부터 중원의 여러 나라가 어지럽다고 하는 것은 그런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예악이나 법도의 제정은 고대 성왕이신 황제 이후부터의 일입니다만 그 당시는 황제께서 솔선해서 법도를 따르셨기 때문에 나라를 다스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후세에 이르자 위정자들은 날로 교만해지고 법도가 문란해져서 백성들만 꾸짖게 되었습니다. 관리들의 착취 때문에 백성들은 인의를 방패로 삼아 위정자에게 원한을 품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위정자와 백성들의 다툼이 왕위를 빼앗게 하고 다시금 종족의 멸망으로까지 발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법도의 위력만을 너무 믿은 결과입니다. 그러나 저의 나라는 다릅니다. 위정자는 유순한 덕성을 몸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으며 백성들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신뢰로 윗사람을 따르고 있습니다. 나라를 다스린다고 하는 것은 흡사 몸을 키워 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참다운 성인의 정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목공은 내전으로 들어가 내사인 요를 불러 상의했다.

“이웃나라에 성인이 있다는 것은 이쪽의 골칫거리라고 말하는데 오늘 유여와 같은 인물을 만나 보니 나는 불안해서 견딜 수 없소. 무슨 좋은 계책이 없는가?”

“융나라 왕은 벽지에 살고 있으며 아직 중원의 음악을 대해 보지 못했습니다. 우선 여자 가무단을 보내 유혹함으로써 나라의 정치를 제대로 돌보지 않도록 만드는 게 좋을 것입니다. 그런 다음 유여가 이곳에 머물고 싶어 하는 것처럼 꾸며서 그의 귀국을 지연시켜야 합니다. 즉 유여를 가능한 여기에다 잡아 두고 융나라 왕과의 사이를 떼어 놓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융왕은 유여에 대해 크게 의심을 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군신의 이간에 성공한 뒤엔 그를 포로로 만드는 것입니다. 게다가 융왕이 가무에 유혹 당하면 자연 나랏일에 태만해질 게 뻔한 일입니다.”

“과연 묘안이오.”

목공은 유여를 위해 잔치를 크게 베풀었다. 그리고 연회석에서 함께 나란히 자리를 잡는 대우를 했다. 식사를 할 때에는 손수 음식을 권하면서 매우 친근함을 보임과 동시에 융나라의 지형이며 군비 등을 낱낱이 질문해서 나라 정세의 대부분을 파악했다. 그 뒤에 내사인 요로 하여금 16인으로 구성된 여자 가무단을 유왕에게 보내게 했다. 융왕은 완전히 매혹당해서 해가 바뀌어도 여자 가무단을 진나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그런 융나라 사정을 알게 된 뒤에야 목공은 비로소 유여를 귀국시켰다. 예상했던 대로 융왕은 유여가 아무리 간언해도 이젠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

목공은 비밀리에 사람을 보내 유여를 다시 초청했다. 이윽고 유여는 융을 버리고 진(秦)나라를 찾아왔다. 목공은 그를 빈객으로 맞이하고 융나라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데 있어서 고문으로 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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