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거꾸로 가거나 미래로 가거나
홍준표 지사는 무상급식 예산에 대한 지원을 당부하기 위해 찾아온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밥보다 공부가 우선”이라면서 “밥을 안 먹어도 학생들이 학원에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차원에서 무상급식비로 책정된 예산 642억원을 서민 자녀들의 교육에 지원하는 사업에 쓰겠다고 했다. “학교에 공부하러 가지 밥 먹으러 가느냐”는 홍 지사의 도발적 발언에 시비를 걸고 싶진 않다. 논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승부수라고 보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의 상징인 무상급식을 전국에서 제일 먼저 좌절시킨 장본인으로서 보수세력의 지지를 광범위하게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선별적 복지’를 표방하는 보수세력의 대표 주자로 발돋움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홍 지사의 그런 기대가 뜻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홍 지사의 주장을 뜯어보면 논리적으로는 빈곤하고 정치적으로는 무모하기 때문이다.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교훈이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다. 아이들 점심 한 끼를 뺏어서 차기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발상, 거기에 무슨 미래가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홍 지사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는 또 한사람의 이슈 메이커가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 시장은 “급식은 의무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무상급식에 더해 ‘무상교복’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국 최초로 ‘무상 공공산후조리원’ 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 시장은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 개인적 부담을 안고 시작하게 됐다”며 신생아의 20% 정도는 무상으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일정 경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홍 지사가 들으면 뒤로 자빠질 만한 일이다.
무턱대고 무상복지로 가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구태의연한 얘기는 이젠 그만둬야 한다. 우리는 지금 기본적(보편적) 복지 수준이 사실 후진국에 가깝다. 아주 기본적이고도 절박한 것, 그리고 인권과 관련된 것은 보편적 복지의 지평을 넓히면서 풀어가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선별적으로 맞춤형 복지 시스템을 차근차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옳다. 보편적 복지에 냉소적인 이유가 돈 때문이라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략적인 이유라면 비겁하고도 절망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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