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후 5시 서울시 종로구 종로3가역에서 일명 ‘박카스 아줌마’가(왼쪽)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매춘女 200~300명 활동”
커플 아닌 척하다 모텔로 쑥
포주 중심 점조직 형태
공원 역사적 의미는 퇴색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12일 오후 5시 서울시 종로구 종로3가역에서 60대로 보이는 여성이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초조한 표정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 앞으로 선글라스를 쓰고 목에 카메라를 두른 멋쟁이 할아버지들이 지나갔다. 그 뒤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한껏 멋을 낸 한 할아버지가 지나가자 여성은 그를 조용히 따라 나섰다. 할아버지의 손에는 소주로 보이는 병과 주전부리가 들려 있었다. 서울극장 뒷골목으로 들어선 할아버지와 여성은 일행이 아닌 것처럼 멀찌감치 떨어져서 걸었다. 모텔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선 이후 모텔로 들어가는 사람이 아닌 척 걷던 할아버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들어갔다. 이어 여성도 잽싸게 뛰어들어갔다.

이 여성은 일명 ‘박카스 아줌마’다. 종로 탑골공원 일대와 종묘 공원 사이에서 주머니가 가벼운 외로운 노년의 신사들에게 ‘박카스’를 매개체로 노인들의 성범죄가 자행되고 있다. 지난 11, 12일 이틀간 박카스 아줌마를 지켜봤다. 연령대는 40~70대로 다양했다. 이들은 한 자리에 오래 머물러 물색하거나 역 주위를 배회했다. 현장에서 남성에게 바로 접근하거나, 알고 있던 손님에게 미리 약속하고 만나는 식이었다.

종로3가역 2번 출구. 7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에게 40~50대로 보이는 여성이 다가오더니 갑자기 팔짱을 끼고 갔다. 여성은 할아버지에게 귓속말로 속닥거렸다. 누가 봐도 어색한 조합이었다. “저쪽 식당 음식이 맛있다고 하던데요?” 젊은 여성이 중국동포 말씨로 애교 있게 말하자 할아버지는 “그래요? 그럼 그리로 갑시다”라고 말했다.

▲ 종로3가역엔 노년의 연애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사진에선 연애를 즐기는 노인들이 따로 떨어져 걷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여성들이 받는 돈은 연령대별로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인근 상가상인은 “박카스 아줌마가 200~300명 정도 되는 거 같은데 나이에 따라 돈을 더 받고 덜 받는다”며 “정부는 (불법 성매매가) 없어졌다고 하지만 외로운 노인들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없어지겠느냐”고 말했다.

상가 상인에 따르면 박카스 아줌마들은 포주를 두고 점조직 형태로 활동한다. 전철역 출구를 기준으로 일정한 구역에서 1~2명의 여성들이 움직이고 있으며 눈짓으로 지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름진 노인들의 성범죄가 계속 성행하는 이유는 뭘까. 일각에선 성매매 특별법이 지난 2004년 9월 23일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오히려 성범죄가 확대되고 있는 등의 역효과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인들의 성범죄도 수많은 틈 중에 하나다. 이틀간 오후 4시 30분~7시까지 지켜봤지만 단속하는 경찰들은 보이지 않았다.

역사적 공간인 종묘·탑골공원 일대는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배회하거나 술을 마시는 등 노인들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크다. 언제부턴가 박카스 아줌마가 등장하면서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다.

지난 2012년 서울시는 어르신들이 많이 모이는 종묘공원과 탑골공원 주변을 역사와 어르신들이 함께하는 ‘종묘ㆍ탑골공원 일대 환경개선 기획설계’ 용역을 발주한다고 밝혔다. 일본 도쿄의 ‘스가모 거리’처럼 종묘․탑골공원 주변을 어르신들의 실제 욕구를 반영한 대표적인 ‘어르신 거리’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산확보 문제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무래도 예산확보가 필요한 부분이다 보니 진행이 된다고 말할 수 없다”라며 “그 외에 어르신을 위한 프로그램들은 서울시 내 각 과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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