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장

 
독일은 여러모로 본받을 만한 모범국가이다. 경제적으로야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스포츠에서도 거울로 삼을 만하다. 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패전을 딛고 1960~70년대 경제 부흥에 성공한 독일은 1980년대 들어 선진국병인 ‘성장 정체의 늪’에 빠졌다. 두자리수의 빠른 속도를 냈던 경제성장률이 낮은 한자리수를 기록하며 허우적댔다. 성장 둔화로 고용 창출이 어렵게 되며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했다. 이때, 독일 정부가 입안해 낸 것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 단축과 여가 시간의 보장이었다. 일일 8시간에서 6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일자리를 나누어 갖게 하는 효과를 유발하며 국민들의 고용이 안정됐다. 근로시간의 조정은 스포츠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독일 국민들은 늘어난 여가시간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스포츠 활동에 쏟았다. 스포츠클럽 수가 크게 증가했고, 회원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독일 정부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스포츠 참여로 국민의료비가 절감되는 효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하면서 ‘Sportforall’을 대국민 슬로건으로 걸고 스포츠클럽 지원에 온 행정력을 집중시켰다.

이러한 변천과정을 거쳐 독일은 ‘라인강의 기적’에 이어 ‘스포츠클럽의 기적’을 이뤄내 전 세계의 가장 성공적인 스포츠클럽 모델 국가가 됐다. 독일은 지역에 설치된 공공체육시설을 기반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클럽에 가입해 스포츠 활동을 한다. 독일 스포츠 시스템은 생활체육에서 전문체육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구조적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즐기면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생활스포츠에서 우수 선수를 키워내고 전문스포츠로 육성한다. 독일스포츠가 동·하계 종목에서 세계 최정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잘 짜인 스포츠클럽의 인프라 덕분이다. 독일은 9만여개의 스포츠클럽과 2700만명의 회원을 갖춘 스포츠클럽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6년 5월 생활체육을 관장하는 독일스포츠연맹과 전문체육을 이끄는 독일올림픽위원회를 통합, 독일올림픽스포츠연맹(DOSB)을 발족시켜 단일화된 스포츠 행정체계를 갖추었다.

이달 초 국회에서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의결한 것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델인 독일의 스포츠클럽과 같은 기반 조성이 필요한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때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만하다. 선진국 클럽인 OECD 국가 중 행복지수가 27위인 우리나라는 스포츠클럽을 확충하거나 스포츠클럽에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스포츠 강국의 화려한 이름값과는 대조적으로 빈약한 인프라 구성이 국가적인 문제점으로 대두됐다.(2014년 11월 14일 천지일보 칼럼 ‘해묵은 국민생활체육법, 생활체육진흥법 제정으로 새 단장하라’)

엘리트 체육을 대표하는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주도하는 국민생활체육회가 양대 수장과 정치권, 정부의 노력으로 통합할 수 있는 법적인 토대를 만든 것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스포츠의 양적, 질적인 발전을 위해 매우 바람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체육은 수십년간 국위선양을 위한 엘리트 체육 육성에 치중한 결과, 세계 스포츠 10대 강국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엘리트 체육의 근간을 이룬 학교체육과 생활체육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해 엘리트 체육만 비대해지는 불균형적인 구조를 낳았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에 대해 체육계, 학계 등에서도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사단법인 한국체육학회는 우리나라 체육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새로운 통합 체육회의 탄생을 적극 지지하는 학회 차원의 성명서를 준비 중이다. 오는 20일 학교체육 진흥 세미나에서 개회식에 앞서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을 계기로 우리나라 체육의 선순환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 체육계, 학계 등은 그동안 많은 고민을 해온 전문가들과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바탕으로 건설적이고 대승적인 통합방안을 마련해 우리나라 체육 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기를 열망한다”는 지지 성명서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체육회와 최근 강영중 회장을 새 회장으로 선출한 국민생활체육회도 통합작업에 공동보조를 맞춰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이 새 봄만큼이나 힘찬 기운을 불러일으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에 새로운 복을 가져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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