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한국 경제는 여전히 어렵다. 게다가 기업들마저 정부정책에 따라주지 않다보니 경제를 총괄 책임지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행보가 더욱 바빠지고 있다. 최근 삼성과 정유업체 등 재계에서 임금 동결 분위기가 확산되는 조짐이 일자 이달 초 기업모임의 한 강연에서 “기업 소득은 늘지만 가계소득은 늘고 있지 않다”고 걱정하면서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며 경제계의 분발을 바라는 발언을 했다.

또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최 부총리는 이날 발표한 민자사업 활성화 계획에 대해 “구조개혁도 해야겠지만 경기 회복세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임금이 적정 수준으로 인상돼야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한 일련의 발언은 기업이 정부정책에 따라 임금도 올리고 나서서 내수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 같다.

하지만 기업들과 관련 단체들은 경제팀 수장(首長)의 요청과 전망에도 꿈쩍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불만마저 나온다. 최 부총리가 임금 인상 주문을 한 다음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4000여개 회원사에 대해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최 부총리의 기업 임금 인상으로 내수경기를 살리려는 정책에 역행하는 내용을 담았다. 경총의 권고안은 “올해 임금은 국민경제생산성을 고려해 인상률을 1.6% 안의 범위에서 조정하라”는 내용으로 지난해 2.3% 인상 권고안보다 낮은 수준으로 그만큼 기업경기가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최 부총리가 정부 경제팀을 맡은 후 지난 8개월간 추진해온 정책들이 그 비중이나 순서에 있어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부동산시장 활성화에서 공공 4대 부문의 구조개혁, 기업의 임금 인상 등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갈팡질팡하는 것을 보고 어느 기업인들 제대로 따르겠는가. 경제의 대내외 환경의 어려움이 비단 우리 경제뿐만 아닐진대 단기적인 성과에 목을 매게 되고 조급증을 일으키면 장기적인 안목에 발맞출 수가 없음을 경제팀들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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