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 이종희 도봉구지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 이종희 도봉구지회장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첫 전투를 앞두고 마음이 어땠느냐고? 적을 안 죽이면 내가 죽는다는 생각밖에 없었지. 군인은 승리가 목적이니까.”

89세 노병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지금의 참전용사들이 6.25전쟁에서 살아남은 것도 국가에 대한 봉사라고 생각한다. 살아남았기에 이 나라를 오늘날과 같이 발전시켰으니 말이다.

13일 서울 도봉구 보훈단체회관에서 만난 이종희 6.25참전유공자회 도봉구지회장은 학도병 출신이다.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그는 부산에 있는 부산진국민학교에서 학도병으로 입대했다. 그해 12월의 일이었다. 13일간 군사훈련을 받고 경북 영양에 있는 9사단 전차공격대대에 배치됐다. 병과는 보병이었다.

태백산 줄기를 타고 전장에 투입된 그는 강원도 정선 등지에서 전투를 벌였다. 정선 화암 전투는 2주간이나 계속됐다. 정선 임계에서 벌어진 인민군과의 전투에선 전사자가 속출했다. “전투가 1주일 이상 벌어지니 아군이 많이 죽었어. 그때 그 시체를 다 가져올 수 없어서 개울가에 모아놓고 나무를 쌓아서 화장을 했지.” 그날의 참혹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 지회장은 평창군 유천리에서 인민군 3명을 생포하는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새벽에 골짜기로 정찰을 나갔던 적군의 척후병들이었다. 이 전과로 그는 무공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전쟁의 참화 속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전우들은 이제 하나 둘 떠나고 세상에 남아 있지 않다.

“그땐 헐벗고 배도 고프고 힘들었지. 그래도 국가를 지켜야 한다는 신념밖에 없었으니 버틴 거야. 그렇게 안 하면 우리 모두가 죽게 될 테니…”

1년간 전장을 누볐던 그는 1952년 육군본부와 국방부를 거쳐 1954년 이등상사로 예편했다. 군대를 떠난 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이 지회장은 90세를 바라보는 노병이 됐다. 하지만, 국가를 위해 여생을 바치겠다는 다짐은 변치 않았다.

그는 “6.25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젊은 세대에 바라는 것은 우리의 희생을 헛되게 여기지 말고 좋은 점 본받아서 나라의 큰 기둥이 돼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대화와 소통으로 남북통일이 이뤄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면서 “무력통일이 아닌 평화통일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국민이 평화로운 삶을 사는 국가가 되길 바란다”면서 “전쟁 없는 나라,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파를 떠나 하나의 국민으로서 세계평화 실현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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