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숙제를 하지 않았음에도 “숙제 다 했어”라면서 열심히 컴퓨터 게임을 하는 아이 또는 학교에서의 과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 내준 과제가 없어. 오늘은 그냥 놀면 돼”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는 부모는 화가 치민다. 결국 “어디에서 거짓말을 해. 너 오늘 엄마에게 크게 혼날 줄 알아”라고 아이를 야단친다.

도대체 아이들은 왜 거짓말을 할까? 사실 학령전기 아동(만3세에서 5세 정도)은 대개 거짓말의 정확한 의미를 잘 모르고, 자신의 공상, 바람, 생각 등을 그대로 말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사실과 들어맞지 않아서 ‘거짓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는 크게 야단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만6세 정도에 접어들어서부터 소위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 정도의 사고 능력이 생기고, 또 거짓말을 하는 이유가 어른들만큼이나 다양해지기 때문에 따끔하게 야단을 치거나 혹은 훈육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에는 더욱 그러하다.

다음은 거짓말 하는 아이를 야단칠 때 염두에 둬야 할 부모의 행동수칙이다. 첫째,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하라.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고 화내거나 큰 소리로 꾸짖는 것은 금물이다. 엄마가 화를 내면 아이의 진실 고백과 실수 인정은 더욱 어려워진다. 만약 아이의 말도 안 되는 거짓말에 흥분된 상태라면, 엄마가 먼저 감정을 추스른 뒤 차분한 태도로 왜 잘못된 것인지 아이에게 차근차근 설명한다.

둘째, ‘거짓말쟁이야!’라는 말은 금물이다. 아이가 하는 거짓말을 아이 자체의 인성과 동일시하지 말자. ‘넌 나쁜 아이야’ ‘거짓말쟁이야’ 등의 부정적인 말은 아이에게 낙인을 찍는 셈이다.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고 아이의 본성이 나쁜 것은 아니다. 충분히 착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아이이며 거짓말이 나쁠 뿐이다.

셋째, 과도하게 혼내지 말자. 야단치기도 교육이다. 아이가 같은 잘못을 또 저지르지 않도록 슬기롭게 꾸짖자. 따라서 때리거나 체벌하는 것은 좋지 않다.

넷째, 일관된 태도가 중요하다. 아이의 잘못된 거짓말에 대해서 엄마의 기분에 따라 태도가 바뀌어선 안 된다. 어느 때는 안쓰럽고 마음이 약해서 봐주고, 어느 때는 호되게 야단치는 식의 일관성 없는 훈육은 좋지 않다. 평소에 일관된 태도를 지키도록 하자.

다음은 거짓말 하는 아이와 대화할 때 알아두면 좋은 방법들이다. 첫째, 가정법과 의문문으로 거짓 이야기를 바로잡는다.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이 창의력을 발달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말을 지어내는 게 재미있다고 있지도 않은 일을 현실과 결부시켜선 안 된다. 상처받지 않게 아이의 관점을 고쳐주기 위해서는 평소 정확한 화법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법과 의문문을 많이 사용하자. 예를 들어 아이가 “나는 슈퍼맨이야”라고 말한다면 엄마는 아이의 말을 가정법과 의문문 형태로 바꿔 되묻는 것이다. “우리 OO가 슈퍼맨처럼 힘이 세지고 싶구나? 그래서 나쁜 사람들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하고 싶은 거지?”라고 되물으면서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게끔 유도해준다.

둘째, 아이의 말에 속아 넘어가는 척 하거나 재미있어 하지 않는다. 엄마가 속아 넘어가면 아이는 계속 이야기를 지어내며 더더욱 현실과 생각을 구분 짓지 못하게 된다. 또한 아이가 재미삼아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 엄마는 ‘네가 말하려는 의도와 모든 진실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며 아이의 거짓말하는 재미를 차단시켜야 한다.

셋째, 사실대로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야단맞는 게 두려워서다. 따라서 아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야단부터 치기보다는 아이가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자. “왜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니?”라며 소리를 지르거나 매부터 든다면 아이는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 "엄마는 다 알고 있어. 그러니 거짓말하지 마"라며 부드럽게 웃는 얼굴로 대해보자.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확신하는 아이는 잘못을 정직하게 이야기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