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17일(현지시각) 미국과 쿠바가 53년 만에 냉전을 끝내고 외교관계 복원에 동의했다. 이날 쿠바 수도 아바나 도심에서 시민들이 대형스크린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수교 정상화 이후 첫 민간계약… 빠르게 가까워지는 양국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미국 쿠바 간 직통전화가 16년 만에 재개통됐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1일(현지시각) 쿠바 국영 전화회사인 에텍사(ETECSA)와 미국 IDT도메스틱텔레콤이 미국 쿠바 간 직통전화를 재개통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쿠바 직통전화 개통은 지난 1999년 2월 25일 이후 16년 만에 이뤄지는 일로, 미국 쿠바 수교 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민간계약이다.

그동안 200만 쿠바계 미국인이 쿠바에 있는 친척이나 지인과 연락하려면 제3국의 중개를 거쳐야만 했으며 비용 부담도 크고 통화 품질도 나빠 큰 불편을 겪어왔다.

에텍사는 “미국 쿠바 직통전화 개설로 쿠바인과 미국인이 서로 편하게 높은 통화품질로 연락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미국 쿠바 직통전화 재개통으로 두 나라가 국교 정상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분석이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지난해 12월 17일 54년에 걸친 냉전 관계를 깨고 양국 수교 정상화를 선언했다.

이후 쿠바에 대한 제재가 풀리면서 민간 차원의 협력과 교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수교 정상화를 선언한 지 3개월도 안 돼 여행·무역제한이 풀렸고, 지난달에는 미국의 영상물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가 쿠바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등 인터넷 업체들도 쿠바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월 16일부터 쿠바와의 무역·여행 등 제한조치를 완화했다. 이에 따라 미국인들은 가족방문이나 취재, 연구 활동을 비롯해 인도적 지원, 수출입거래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또 쿠바에 대한 송금한도도 분기당 500달러에서 2000달러로 올랐고 주택건설·상품 등 수출제한도 풀렸다.

세계에서 인터넷 보급률이 가장 낮은 쿠바에 무선 인터넷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장소도 처음으로 등장했다.

미국 내 스페인어 신문인 엘 누에보 헤랄드는 지난 12일 쿠바의 미술가 알렉시스 레이바가 수도 아바나의 미술관에 와이파이망을 설치해 무료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도했다. 레이바는 국영통신사인 에텍사로부터 무선인터넷 서비스센터 운영을 허락받았다.

엘 누에보 헤랄드는 이 서비스센터의 인터넷 속도는 현저히 느리지만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을 통해 페이스북 등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를 무료로 이용하려는 젊은 층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쿠바에 미국 대사관을 재개설할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달 2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2차 협상에서 양국은 쿠바에 미 대사관을 설치하는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베르타 제이컵슨 미 국무부 차관보는 최근 언론에서 “4월 10∼11일 파나마에서 열리는 정상회담 전까지 쿠바대사관을 재개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쿠바를 테러지원국에서 제외하는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쿠바는 이 문제가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해왔다.

오바마 행정부는 적극적으로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공화당의 반대 등 의회 승인은 넘어야 할 과제다.

한편 양국 간 우편 서비스는 1960년대 단절된 이래 아직 복구되지 않고 있다. 민간업체 간 협상이 아닌 양국 정부 간 협상 또한 아직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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