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현지시각) 이라크 공군의 공습으로 수도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약 50㎞ 떨어진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한 팔루자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이라크군의 공습으로 최소 IS 대원 7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 (사진출처: 뉴시스)

서방·아랍 국가, 종교 관계 부정
정치·군사적 접근 “이슬람 아냐”
이슬람 정신·율법 어긋나 지적

“종교 이해 필요하다” 주장도
종교 무지에서 온 실책 지적
“무슬림 삶 자체가 이슬람 율법”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학살과 테러, 납치·협박 등을 일삼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전 세계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나이지리아의 ‘보코하람(Boko Haram;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다’는 뜻)’이 중동·북아프리카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는 ‘이슬람국가(IS)’에 공개적으로 충성을 맹세해 국제사회에 또 다른 고민거리를 안겼다. 무차별 살상을 서슴지 않는 두 단체가 세력을 합하면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들 단체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보코하람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바탕으로 한 이슬람국가 건설과 독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IS는 ‘칼리프(이슬람 신정국가의 최고 권위자)’를 중심으로 하는 이슬람국가를 건설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즉 ‘이슬람’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테러단체가 ‘이슬람’을 전면에 내세우고 이슬람 신정(神政)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것에 대해, 한편에선 이들이 이슬람과 전혀 상관없는 테러단체일 뿐이라고 일축하지만 또 다른 편에선 종교적 문제를 배제하고선 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슬람과 상관없다고 말하는 측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와 일부 아랍 국가들로, IS 공습에 나선 미국은 이 문제가 자칫 종교적 분쟁으로 번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 관계자들은 IS나 다른 이슬람 무장단체들을 언급할 때 ‘급진 이슬람(radical Islam)’이라는 표현을 피하고 있으며, 정치·군사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공화당 등 보수 세력은 “그들이 누구인지 말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패배시킬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하고 있으나, 오바마 행정부는 “IS가 이슬람 교리의 일부분에 해당한다고 언급하는 것은 그들이 원하는 전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슬람과 상관없는 테러집단”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 만평을 게재한 잡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가 일어난 지난 1월, 파리에서 열린 아랍세계연구소 회의에 참석해 “이슬람은 민주주의와 호환되고 있으며 우리는 이와 관련된 어떠한 논란을 거부한다”며 “우리는 모두가 샤를리다”고 말했다. 이는 테러로 인해 자국 내 500만명 규모의 무슬림 사회 및 유대인 사회의 우려가 고조되자 이들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아랍 국가들을 프랑스의 친구로 언급하면서 “자유 및 민주주의와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슬림들도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라면서 테러집단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 이들이 ‘이슬람’이란 이름을 내세우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요르단과 이집트는 IS가 요르단 조종사를 화형에 처하고 이집트 기독교종파인 콥트교도들을 참수한 데 대해 분노하면서 IS 공습에 동참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달 IS 등 이슬람 무장세력의 위협에 대비해 아랍연합군을 창설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아랍지역이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무덤처럼 변했다”며 “아랍연합군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고 강조했다.

IS가 같은 수니파까지 살해하고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화형을 행하면서 아랍 국가들도 이들을 적극 규탄했다. IS 격퇴 최전선에 나선 아랍 국가들의 공습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데, 이는 이슬람을 테러 종교로 덧칠했다는 분노와 함께 그 오명을 스스로 씻어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수니파 최고 권위 꾸란 해석기관과 소속 법학자들은 “IS에서 ‘이슬람’이라는 단어를 빼야 한다”며 “IS와 같은 흉악한 조직은 반드시 종교와 신조를 곡해해 문명사회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IS가 기독교 신자들을 ‘십자군’이라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러한 시도는 일부 아랍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종교적 관계 이해도 수반돼야”

반면 “IS가 이슬람이 아니라는 주장은 ‘완전히’ 틀렸다”는 발언도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한 무슬림 여성운동가는 최근 게재한 칼럼에서 “우리가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을 잡고 몰아내기 위해서는 그들의 신학을 자꾸 이슈화해야 한다”며 “적에게 이름표 붙이는 것을 꺼리면 반드시 비참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IS 등 극단주의 무장단체를 이해하려면 종교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슬람에 대한 전반적 이해와 함께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 등을 알지 못하면 근본적인 해결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이라크 상황에 원인이 된 걸프전도 미국 부시 정권의 무지에서 비롯된 실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시 말해 이슬람이라는 전통적 종교문화와 종교적 역학관계를 이해하지 못한 채 정치·군사적 관계로만 접근한 무지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극단주의 세력의 태생을 살펴보면 종교적 이유가 있음을 지적하는 이들은 “무슬림에게는 그들의 삶 자체가 율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절대 유일신 알라를 믿고 알라의 가르침을 삶속에서 실천하는 무슬림에게는 그들의 삶이 이슬람 율법 자체인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접근할 때 최근 IS가 아시리아 유물을 파괴한 것도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해석이다.

이들은 IS가 인류문화유산을 파괴하고 인권유린과 테러 등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 정치·군사적 관계뿐 아니라 종교적 관계에 대한 이해도 수반돼야 더 나은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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