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포스코 등 지원서류에 스펙 기재사항 없애
“채용 만족 높이고 사회적비용 줄이려 도입”

SK를 시작으로 대기업들의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 시즌의 막이 올랐다. 지난해보다 규모는 줄었지만 ‘탈(脫)스펙’ 추세는 강화되는 모습이다.

9일부터 입사지원서를 받고 있는 SK그룹은 올해 상반기부터 학력, 전공, 학점 등의 기본적인 정보를 제외하고는 스펙과 관련한 기재사항을 제외하기로 했다. 외국어 성적, 정보기술(IT) 활용능력, 수상경력, 해외경험, 업무 경험, 논문 내용 등의 기입란이 아예 사라졌다. 해외영업직이나 제약연구 등 특정 직무에 한해서만 외국어 성적이나 자격증을 요구하기로 했다. 스펙을 완전히 배제하고 오디션 면접 등을 통해 개인 역량만으로 뽑는 ‘바이킹챌린지’ 규모도 지난해보다 2배 늘려 전체 인원의 20%로 확대한다.

포스코도 탈스펙 대열에 합류했다. 올해 6400명 규모의 채용을 준비 중인 포스코는 해외연수경험 등 스펙 항목을 전면 폐지하고, 직무역량평가에 블라인드 테스트를 도입하기로 했다. 롯데와 CJ도 지원서에는 기본 스펙은 기입하지만 면접 단계에서는 이름, 전공 등을 제외한 스펙을 블라인드 처리한다.

2013년 상반기부터 스펙 항목을 배제하기 시작한 현대자동차는 해마다 항목을 늘리고 있다. 첫해 사진, 외국어 구사능력, 석·박사여부, 전과·편입 여부, 부모주소, 외국어 구사능력 항목을 없앤 데 이어 2014년엔 부전공, 해외거주 여부, 비상연락망을 삭제했고 올해는 봉사활동·동아리 내역란도 없애기로 했다. 대신 인문학적 소양을 확인할 수 있게 인적성 검사에 역사 문제 출제비중을 높였다. 연간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400명 많은 9500명으로 늘렸다.

LG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공채 때부터 주민등록번호, 사진, 가족관계, 수상경력, 어학연수, 주소, 인턴경험, 봉사활동 등의 항목을 뺐다. 대신 적성검사인 LG웨이핏에 한국사와 한자 문항을 10개씩 포함시켜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그룹도 주민번호, 가족관계, 사진 등을 받지 않는다.

높은 스펙을 요구하던 금융권이나 항공업계에서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농협, 기업 등은 지난해부터 어학성적과 금융자격증 기입 항목을 없앴고 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도 이력서에서 동일한 항목을 지웠다. 필요한 어학 능통자는 별도 채용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부터 국제승무원 채용 시 입사원서에 증명사진 부착란을 뺐고, 대한항공은 승무원 신장, 학력, 해외유학 여부 등의 기입란을 없앴다.

이외에 기아차는 스펙에 치중하지 않고 직무별 맞춤형 채용을 진행 중이고, 현대중공업은 올해 직무·직업성격 인적성검사(HATCH)를 도입해 직무 능력에 더 포커스를 맞췄다.

대기업 한 인사 관계자는 “스펙 위주의 채용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 데다가 구직자들이 스펙 쌓기에 과도하게 사용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에 기업들이 공감하면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대졸 신입채용을 진행하는 175개 기업의 채용인원은 총 1만 402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신규 채용 규모 총 1만5610명보다 10.1% 감소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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