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제51회 대종상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던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DB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11일 무기중개 업체 일광공영을 압수수색했다. 일광공영 이규태(66) 회장은 사기 혐의로 서울 돈암동 자택에서 체포했다.

이날 합수단은 검사 2명과 수사관 50여명을 투입해 서울 삼선동 일광공영 본사와 계열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일광공영은 2002년부터 대리점 계약을 맺어온 터키 무기업체 하벨산사와 방위사업청 사이의 거래를 중개했다. 일광공영은 터키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 사업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납품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정부 예산 수백억원을 챙겨 리베이트 등에 사용하고, 군 작전 요구 성능에 미달하는 장비를 거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규태 회장은 앞서 군 기밀인 군단급 정찰용 무인기(UAV) 시험평가 기준 등을 사전에 빼돌린 정황이 방위사업청에 포착되기도 했다.

EWTS는 요격기와 지대공 유도탄, 대공포 등 적의 공중 위협으로부터 조종사의 생존능력을 높이기 위한 전자방해 훈련장비다. 2009년 4월 터키와 계약 체결 당시 총 사업규모가 1365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2012년 7월 설치가 완료된 후에도 핵심 장비가 마련되지 않아 작동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일으켰다.

합수단은 일광공영 계열사들이 하청업체로 참여하면서 저가부품 납품을 주도해 장비 품질과 가격을 떨어뜨리는 수법으로 대금 부풀리기를 시도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일광공영이 공군과 방위사업청에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합수단은 이날 예비역 준장 출신인 권모(61) 전 SK C&C 상무도 함께 체포했다. 권 전 상무가 일광공영 자회사인 일진하이테크에 재하청을 주는 과장에서 이규태 회장과 공모해 사업비를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다. 예비역 공군 준장 출신인 권 전 상무는 방사청에서 EWTS 담당인 감시정찰사업부장으로 일하다가 SK C&C로 입사, 일진하이테크 고문을 맡는 등 퇴직 후에도 EWTS 사업에 지속 관여했다.

합수단은 두 사람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이르면 12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이번 방위사업 비리의 핵심으로 떠오른 이규태 회장의 다양한 경력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회장은 1980년 경찰학교 간부후보 과정 수료 후 서울지역 경찰서에서 근무하다 1984년 국방부가 ‘군 무역대리점’제도를 신설한 후 이듬해 일광공영을 설립, 무기중개업을 시작했다.

2000년부터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소속된 학교법인과 복지재단 이사장직을 맡으며 복지가의 이미지를 키웠다. 그러다 2009년 11월 ‘불곰사업’에 참여해 횡령과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았다. 불곰사업은 한국이 구소련에 제공한 경협차관 원리금 일부를 러시아제 무기로 상환받는 사업이다. 당시 재판에서 이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한 그는 서울 성북구 소재 ㄱ교회 장로이기도 하다. 때문에 합수단의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이 교회도 포함시켰다. 이외에도 최근 연예인 클라라와의 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일광그룹을 비롯해 학교법인 일광학원, 일광복지재단,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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