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전문기관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최근 한국종교와 종교인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의식을 심도 있게 분석한 조사결과를 내놓아 사회에 작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설문결과 가운데 관심을 끈 몇 가지 주제를 선정해 다시금 조명함으로써 한국종교의 현주소를 진단하고자 한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십일조 이행률 천주교에 2배
‘신자 의무’ ‘복 받는다’ 생각
헌금 강조하는 풍토 반영돼

기복신앙으로 복음 왜곡
교회 대형화·세속화도 야기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지난 2월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발간한 ‘2015 한국인의 종교’ 보고서에 따르면 기독교인, 즉 개신교인과 천주교인의 61%가 수입의 10분의 1을 헌납하는 ‘십일조’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개신교인과 천주교인을 나눠서 살펴보면 약간 다른 점이 있다. 개신교인의 십일조 이행률은 68%로 천주교인의 36%에 비해 두 배에 가까웠다. 십일조에 대한 생각도 약간 차이가 난다. ‘십일조를 하지 않는 사람은 진정한 신자가 아니다’라는 말에 대해 천주교인은 9%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개신교인은 3배가 넘는 28%가 ‘그렇다’고 답했다.

◆개신교-천주교 간 헌금 인식 차이

기독교인의 십일조·헌금에 대한 이해를 살펴보면 개신교인과 천주교인 사이에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신교인의 십일조 이행률이 높은 것은 헌금을 하면 복을 받는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성당이나 교회에 헌금하는 사람은 그 금액 이상으로 복을 받는다’는 말에 대해 개신교인은 37%, 천주교인은 14%가 ‘그렇다’고 긍정했다. 이는 지난 30년간 조사에서 일관되게 나타난 현상으로, 기독교라는 큰 범주에 속해 있지만 십일조나 헌금에 대한 개신교인과 천주교인의 인식 차이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이한 것은 ‘종교 단체는 헌납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는 질문에 비종교인 73%, 불교인 63%, 천주교인 59%가 ‘그렇다’고 답해 헌납금 강요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개신교인은 46%만이 ‘그렇다’고 답해 그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30년 전인 1984년 조사 때는 개신교인도 67%가 헌금 강조가 지나치다고 답했으나 그 비율이 점차 줄어들었다. 이는 교회에서 헌금을 강조하는 풍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헌금 용도로 ‘종교 단체들이 자동차를 구입해서 포교나 전도, 선교를 더 많이 하는 것과 그 돈으로 가난한 이웃을 돕는 것 중 어느 것이 종교의 본뜻에 더 잘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의 61%가 ‘가난한 이웃을 돕는 것’이라고 답했고 ‘포교·전도·선교를 더 많이 하는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14%였다. 이를 종교별로 보면 ‘포교 우선’ 응답은 불교인 11%, 천주교인 13%로 나타났으나 개신교인은 26%로 타 종교에 비해 높았을 뿐 아니라 천주교인의 2배였다. 30년 전 결과를 살펴봐도 개신교인의 대답은 과거 네 차례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왔다.

이를 토대로 보면 개신교인은 천주교인에 비해 십일조 이행률도 높고, 헌금을 하면 복을 받는다는 생각도 강하다. 또 교회에서의 헌금 강조가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낮고 헌금용도로 전도·선교를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 천지일보, 자료출처: 한국갤럽조사연구소)

◆개신교회 ‘헌금 강요’ 문제 심각


개신교의 문제점으로 자주 지적되던 사항 중 하나가 ‘헌금(십일조) 강요’다. 목회자들은 설교에서 헌금을 강조하고 ‘헌금을 많이 하면 복을 받는다’는 식으로 말씀을 전해 문제가 되곤 했다. 이는 기복신앙으로 흘러 종교의 본질을 흐리게 된다는 지적이다.

십일조 등 헌금을 강조하면서 교회의 재정이 풍족해짐에 따라 결과적으로 교회의 대형화가 가능해졌다. 목회자의 처우가 개선되면서 목회자의 귀족화를 부추기게 됐다. 교회가 순수한 믿음과 경건보다는 돈의 논리가 우선하는 물질적 세속화를 가져왔다는 비판도 따른다. 이에 따른 부패와 타락, 대(對)사회적 신뢰도 하락은 오랫동안 지적돼 왔으나 근본적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는 십일조를 하지 않는 세례교인에 대해 공동의회 결의권과 투표권을 제한하는 교단헌법 개정을 추진해 논란이 됐다. 개정안에는 ‘세례교인은 복음전파와 교회가 시행하는 사역을 위해 십일조와 각종 헌금을 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또 교인의 자격정지 조항에는 이러한 교인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당회의 결의로 공동의회 결의권과 투표권을 제한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규정은 ‘돈’으로 교인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예장합동 소속인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도 십일조나 기타 헌금을 하지 않는 교인의 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고 정관을 개정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일부 대형교회의 정관 개정 문제를 지적하는 긴급포럼을 개최해 목사와 당회의 권한은 강화되고 교인들의 권리는 제약하는 방향으로 정관이 개정되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포럼에 참석한 강문대(법률사무소 로그) 변호사는 실제 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정관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설명하면서 “교인이 무조건 헌금을 할 의무가 있는지, 헌금을 실명으로 할 의무가 있는지에 따라 자격제한 규정의 효력 유무가 결정되는데 교인에게 그런 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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