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적 덕혜옹주와 뮤지컬 ‘덕혜옹주’ 스틸컷. (사진제공: ㈜문화아이콘)
고종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고명딸 덕혜
강제로 일본行, 일본인과 정략결혼 후 이혼
조발성치매증도 막지 못한 조국에 대한 그리움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고종이 지극히 사랑했던 고명딸로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였던 덕혜옹주의 삶이 뮤지컬 ‘덕혜옹주’로 재탄생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학로 무대에 오른 뮤지컬 ‘덕혜옹주’는 2013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 우수작품 제작지원 당선작으로 무엇보다 탄탄한 스토리가 정점이다.

뮤지컬 ‘덕혜옹주’는 조국과 가족의 버림에 모든 것을 잊었지만 모든 것을 잊지 않으려는 덕혜와 가족을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시대와 가문에 휘둘린 덕혜의 남편 다케유키 그리고 덕혜와 다케유키 사이에서 태어나 그 어느 쪽도 될 수 없는 딸 정혜, 세 인물의 고뇌와 사랑을 통해 잊고 있었던 시대의 아픔과 가족의 문제를 따뜻하게 이야기한다.

덕혜옹주는 1912년 5월 25일 회갑을 맞은 고종(高宗)과 궁녀인 복녕당(福寧堂) 양귀인(梁貴人)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측실이었기 때문에 옹주(翁主)라고 호칭했다. 고종에게는 4명의 딸이 있었지만 모두 1살이 채 되지 못해 사망했기에 사실상 덕혜옹주가 외동딸이었다. 그만큼 고종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던 그이지만 너무도 많은 시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제에 딸을 빼앗기기 싫었던 고종은 덕혜옹주와 일본인과의 결혼을 피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고종은 먼저 황실의 시종 김황진의 조카 김장한(金章漢)과 덕혜옹주의 약혼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그해(1919년) 1월 21일 갑자기 승하하고 만다. 운명은 그때부터 덕혜옹주의 삶을 시련으로 바꿔놓았다.

1925년 3월 덕혜는 일제의 요구에 의해 강제로 일본으로 건너가 교육을 받기 시작했으며, 1926년 순종이 위독하자 오빠 이은과 함께 귀국했지만 순종의 국장에는 참석하지 못하고 다시 일본으로 떠나게 된다. 이후 1929년 5월 30일에는 생모인 양귀인이 유방암으로 영면했으나 복상하지 못하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에게 닥친 불행의 연속 때문이었을까. 1930년 봄부터 덕혜는 몽유병 증세를 보이기 시작, 결국 조발성치매증(조현증)으로 진단받게 된다.

▲ 소 다케유키(왼쪽)와 덕혜옹주. (사진제공: ㈜문화아이콘)
이후 1931년 덕혜옹주는 쓰시마섬(對馬島) 도주의 후예인 소 다케유키(宗武志)와 정략결혼을 하게 되고, 이듬해인 1932년 8월 14일 딸 정혜를 낳았지만 그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고 만다. 결국 1955년 남편과 이혼한 그는 약 15년간 마츠자와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는다. 그 사이 외동딸 정혜가 결혼했다가 이혼하는 아픔을 겪고, 3개월 뒤 유서를 남기고 일본 남알프스 산악지대에서 실종되는 아픔을 겪는다. 그의 시련이 여기서 끝이라면 좋으련만, 그토록 그리던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 또한 순탄치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1962년 1월 26일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실어증과 지병으로 고생하다 1989년 4월 21일 낙선재에서 76세를 일기로 그 고달픈 삶을 마감했다.

뮤지컬 ‘덕혜옹주’는 이런 그의 삶을 ‘가족애’라는 끈끈한 도구를 들어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같이 살고 있지만 같이 살고 있지 않는’ 현대 사회의 가족의 문제를 ‘같이 살고 싶었지만 같이 살지 못하는’ 덕혜옹주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의 가치를 말하고자 하는 뮤지컬 ‘덕혜옹주’. 슬프고 아픈 시대에 태어나 평범하지 않은 삶을, 외로움과의 사투를 벌이며 살아갔던 덕혜옹주. 그의 드라마 같은 삶이 오는 4월 3일부터 6월 28일까지 대학로 SH아트홀에서 펼쳐진다.

한편 뮤지컬 ‘덕혜옹주’는 뮤지컬 ‘아이다’에서 옥주현과 더불어 주연을 맡으면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던 배우 문혜영이 극작과 주연을 동시에 맡아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무대 위에서 엄마 덕혜와 딸 정혜, 1인 2역을 소화해 내는 고난이도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어서 더욱 기대되는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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