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글렌데일 캐멀 백 랜치에서 열린 LA 다저스 스프링 캠프에서 전날 실전 출전 여부를 점검한 류현진이 잭 그레인키와 캐치볼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연합뉴스) 올 시즌 류현진(28·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는 주 무기인 체인지업의 위력을 되찾는 것이다.

2014년 수준급 구종으로 떠오른 고속 슬라이더에, 예전 최정상급으로 평가받은 체인지업의 위력을 되살려야만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의 올해 목표인 200이닝 달성도 바라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릭 허니컷 다저스 투수코치의 말은 귀를 번쩍 뜨이게 했다. 허니컷 투수코치는 류현진의 라이브 피칭을 지켜본 뒤 "전체적으로 공이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체인지업이 특히 좋았다"고 평가했다.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다저스 스프링캠프장에서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과 함께 허니컷 투수코치를 만나 자세한 말을 들어봤다. 허니컷 투수코치는 우선 류현진이 팔의 각도를 높인 점에 주목했다.

허니컷 투수코치는 "류현진이 작년에 체인지업을 던질 때 팔의 위치가 내려와 있었다. 사실상 스리쿼터(three-quarter·'4분의 3'이라는 뜻으로, 지면과 팔이 이루는 각도가 오버핸드와 사이드암의 중간 정도)에 가까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공의 낙차가 줄어들고 공이 횡적으로만 흘렀다. 그런데 체인지업에 횡적인 움직임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낙차"라며 "올해 류현진은 팔을 높이 올리면서 낙차가 큰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류현진은 전날 마이너리그 타자들인 트래비스 위더스푼, 제러미 헤이즐베이커를 상대로 한 라이브 피칭에서 낙차 큰 체인지업의 위력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류현진은 첫 이닝에서 체인지업을 집중적으로 던졌는데, 직구처럼 날아오다 방망이가 날아오는 순간 급격하게 가라앉는 체인지업에 두 타자들은 도합 3차례나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뒤에서 지켜보던 강타자 출신의 돈 매팅리 감독이 두 타자들이 배팅 케이지에서 교대돼 나올 때마다 불러서 공략법을 일러줬지만, 소용이 없었다. 두 타자는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그야말로 쩔쩔맸다.

허니컷 투수코치는 체인지업의 낙차가 커진 것 외에 류현진이 디딤발(왼손 투수의 경우 오른발)을 일정한 간격으로 곧고 길게 내디디는 점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류현진이 작년에 안 좋았을 때에는 디딤발을 짧게 디디거나 아니면 좌우가 일정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어제 라이브 피칭에서는 디딤발을 직선으로 길게 내디뎠다"고 설명했다.

▲ 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글렌데일 캐멀 백 랜치에서 열린 LA 다저스 스프링 캠프에서 전날 실전 출전 여부를 점검한 류현진이 잭 그레인키와 캐치볼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실제로 류현진은 전날 라이브 피칭에서 마운드에 올라 곧바로 투구하지 않았다. 직접 발을 번갈아 대면서 일정한 위치에 발로 선을 그은 뒤에 투구했다. 투구하고 나서는 그 위치에 디딤발을 정확하게 디뎠는지를 확인했다.

류현진은 '대성불패' 구대성(46)으로부터 체인지업을 배웠다. 오른손 타자 바깥쪽에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타자들의 타이밍을 무너뜨리는 류현진의 필살기였고, 그의 체인지업과 제구력은 다저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류현진은 다저스 입단 첫해인 2013년과 마찬가지로 지난해에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체인지업이었다.

미국 스포츠분석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류현진의 2013년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0.164였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도 인정한 '최정상급 구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류현진의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0.318로 크게 치솟았다. 고속 슬라이더와 커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시즌 피안타율(2013년 0.252, 2014년 0.257)을 2할대 중반으로 유지했지만, 류현진은 주 무기를 잃었다.

2013년을 기억하는 모든 팀이 체인지업을 노리고 들어온 탓이다. 그 결과 실투성 체인지업은 장타로 연결됐고, 낙폭이 줄어든 체인지업을 타자들이 욕심부리지 않고 툭툭 건드리며 단타로 출루하는 경향을 보였다.

주 무기를 잃은 류현진은 올해 초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하기 전 "지난해 체인지업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예전 같은 낙차가 나오지 않았다. 각도가 좋지 않으니 타자들에게 공략 당했다"며 "일단 체인지업의 낙차를 예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비시즌 동안 누구보다 일찍 훈련에 나선 류현진은 라이브 피칭을 통해 체인지업의 낙차를 이제 되찾았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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