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3일 동국대 이사회가 로터스홀에서 289회 이사회를 개최한 가운데 회의장 밖에서 불교대학 학생들이 총장 선거를 조속히 실시하라고 시위를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정련, 9일 이사회개최 공문
동대 인수위 불법… 자제요청
총장직무대행, 협조 말라 지시

일면스님 인수위 ‘합법’ 주장
이사장 직무유기… 인수위 가동
이사회개최 불투명 장기화 우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계종단의 총장선거 외압 의혹으로 3개월 가까이 끌어온 동국대 이사회 사태가 안팎의 이해관계로 내홍이 심한 가운데 어떤 결과를 낳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임기를 며칠 앞둔 이사장 정련스님이 마지막 이사회를 9일 개최하기로 했지만, 지난 회의에서 일부 이사에 의해 선출된 새 이사장 일면스님 측은 이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면스님 측은 최근 ‘동국대 제38대 이사장직 인수위원회’를 출범하고 인수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일면스님 측 인수위(위원장 명신스님)는 기자회견을 열고 “신임 이사장 일면스님의 선출 과정이 적법하다”고 선언했다. 인수위는 현 교육부 고문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지후의 법률자문을 토대로 이사장 선출 적법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동국대는 인수위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인수인계 절차 협조를 사실상 거부했다. 동국대는 이사회 폐회 후 일부 이사들에 의해 임의로 선출된 일면 이사장을 “법적 절차를 위반해 선임된 이사장”이라고 판단했다.

◆동국대, 일면스님 인수위 ‘불법’… 협조 못해

동국대는 이달 초 일면스님과 인수위원장 명신스님에게 ‘제38대 이사장직 인수위원회 관련 알림’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동국대는 공문에서 “법인 이사회는 9일 정상적인 이사회 절차를 통해 이사장 선임을 예정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이사회 절차를 통해 이뤄지지 않은 이사장의 모든 활동은 법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법적 절차를 위반해 선임된 (일면) 이사장이 권한을 행사하는 모든 행위는 이사장과 이사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로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된다”고 법 위반사항을 적시해 인수위를 압박했다.

이들은 또 인수위가 불법 점거하고 있는 대학 본관 5층 소회의실을 속히 비워줄 것을 요구하면서 “일체의 불법적 활동을 즉각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창근 총장 직무대행도 9일 이사회에서 신임 이사장이 선출되기 전까지는 (인수위 측에) 협조하지 말라는 공문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면스님은 이사장직 인수위원회를 구성했다. 일면스님은 ‘제38대 이사장 당선인 황일면’이라는 친필 사인이 들어간 문서를 동국대 측에 인수위 협조 요청 공문으로 보낸 바 있다.

 
◆불법논란 인수위 “이사장 선출 합법” 주장

일면스님 측 인수위(위원장 명신스님)는 고문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지후의 법률자문을 토대로 이사장 선출 건을 합법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열린 이사회에서 정련 이사장이 이사회 안건을 처리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폐회를 선언하고 회의장을 나간 것에 대해 “이사장이 그 직책을 포기하고 권한 행사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 정련스님의 직무 유기를 지적하고 나섰다.

인수위는 12일 일면스님이 이사장 임기를 시작 전까지 인수인계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면서 협조를 다시 요청할 뜻을 내비쳤다. 인수위는 기자회견에서 위원 13명을 위촉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위원장 명신스님은 새 이사장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선출된 만큼 인수위 활동은 정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님은 “동국대 관련 부처와 잘 협의해서 인수위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동국대 측에서 인수위를 불법단체로 규정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일면스님 측 인수위는 자신들의 요청으로 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의응답을 일체 거부한 채 20여분만에 끝내 빈축을 샀다.

◆사태수습은커녕 “이사회 갈등 증폭”

불교 시민단체들은 총장선출 과정에서 빚어진 내홍으로 실추된 동국대 사태를 우려하며 갈등의 당사자들이 적극적인 대화로 사태수습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가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동국대가 총장 선출을 둘러싼 내홍에 이어 이사장 선출 과정에서도 큰 갈등을 겪고 있다”며 “국회에서까지 거론될 정도로 명예가 실추됐다. 사태수습을 책임져야 할 이사회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두 명의 이사장이 법적 쟁송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로 확산될 것과 종단에서 파견한 승려 이사들이 갈등 한복판에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면서 동국대와 종단을 싸잡아 비난했다.

불시넷은 “양측이 자비심과 신뢰, 공경하는 자세로 즉각 대화의 장을 열어 사태 해결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합법’과 ‘불법’이라는 양 갈림길에 선 이사장 정련스님이 마지막으로 여는 9일 제290회 이사회가 예정대로 열린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한 안건으로 상정된 ▲이사장 선출안 ▲보광스님 징계요구안 등을 두고 선택권을 부여받은 12명 이사들이 종단 안팎의 우려를 잠재울 묘안을 어떻게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