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로봇연구부 공학박사 조영조

지난 11월 27일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4대강 사업의 수질오염 감시에 물고기 로봇을 사용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로봇 기술이 발전이 인간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이 말을 들은 일반 국민들은 적잖이 놀랐으리라. 이러한 모양의 로봇을 전문가들은 생체모방로봇이라 부른다. 살아있는 생명체의 놀라운 능력을 잘 관찰하고 이해하여 그 원리와 구조를 모방한 로봇을 일컫는 말이다.

자연의 생명체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이나 종족을 지키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기술을 발휘하고 있다. 일찍이 로봇 이전에 생명체의 능력을 모방하여 공학적으로 적용한 획기적인 발명품들이 주목을 받아 왔다. 일명 ‘찍찍이’로 불리며 옷소매부터 가방끈까지 다방면에 활용되는 벨크로 테이프는 엉겅퀴의 갈고리를 모방한 것이며, 최근 수영선수들의 기록을 단축시켜 준 첨단 수영복의 비밀도 물의 마찰 저항력을 줄여 주는 상어 비늘의 작은 돌기에 대한 모방에 있었다.

생명체의 우수한 특성과 외형을 창조적으로 모방하여 인류복지에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는 로봇분야에서 매우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미 로봇은 생명체의 감지능력과 운동능력을 부분적으로 모방하고 있지만, 종합적 능력의 한계 때문에 활용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생체모방로봇분야에서는 부분적 능력보다는 생명체의 구조 자체에 대한 모방이 시도되고 있으며, 비행로봇, 험지로봇, 수중로봇 등에서 좋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1999년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시작된 로봇파리 프로젝트는 2007년 무게 60mg, 날개길이 15mm, 1초에 120번 날개짓으로 비행하는 실제 파리와 같은 크기와 능력을 가진 로봇을 만들어 내는 성과를 얻었고, 향후 실제 환경에서 재난방지와 감시경계에 활용될 전망에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일본 동경공업대에서 연구가 시작된 뱀로봇은 험지 이동뿐만 아니라 물속에서 헤엄까지 치는 수준으로 발전했으며, 미국 보스톤 다이나믹스사의 4족 보행로봇 빅독은 35도 경사의 험로를 분당 6.5km로 20km까지 쉬지 않고 걷는다.

1995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는 세계 최초로 로봇물고기 ‘찰리’를 선보였는데, 물고기 중 추진효율이 가장 좋다고 알려진 참치의 모양과 움직임을 모방하여 약 1.2m 길이몸체에 2마력 모터 6개로 지느러미 추진장치를 구현하였다. 이후 물고기 로봇의 연구는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어 왔으며, 영국 에섹스대학과 BMT그룹이 잉어를 모방하여 공동 개발한 수질오염탐지 물고기로봇은 지난 3월 스페인 북부해안 기욘항구에서 시험가동을 성공리에 마쳤다. 한편, 일본 미츠비시 중공업은 2001년 ‘실러캔스’라는 관상용 물고기로봇을 일본과학해양박물관에서 선보인 바 있으며, 독일 페스토사는 물속을 자유자재로 헤엄치는 펭귄로봇을 개발하여 2009년 타임지가 선정한 50대 발명품에 들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의 생체모방로봇 연구는 실용성보다는 원천성이 강한 분야라서 지금까지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사회안전과 환경보전에 대한 수요증가 추세에 부응하여 더욱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에 4대강 환경감시용 물고기 로봇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생체모방로봇 기술의 약진이 기대되고 있다.

현재 로봇의 이동능력은 생명체에 비하여 너무 뒤떨어져 있어 사용 환경에 제약이 너무 크고, 따라서 로봇은 생명체의 장점인 효율적 집단작업의 능력을 발휘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생명체의 훌륭한 이동능력을 모방하여 인간의 모든 생활환경을 로봇이 공유하게 되면, 로봇이 가장 먼저 필요하게 되는 분야가 환경을 지키는 쪽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로봇이 세상 구석구석 떼 지어 돌아다니며 환경오염을 감시하거나, 들짐승처럼 자연재해를 예견하는 능력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신속한 대책을 마련하게 하는 일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로봇이 자연의 능력을 배워 자연을 지키는 데 한몫을 하게 되리라는 좋은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은 로봇공학자만의 공상은 아닐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