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이명박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절친한 목사를 청와대로 불러 예배를 본 것으로 알려져 종교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소란하다. 불교방송(BBS)의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평소 기독교 방송의 계열사인 CBS TV를 시청하는 형식으로 교회에서의 예배 참석을 대신해 오다 지난달 8일에는 두레교회 김진홍 목사를 청와대로 불러 예배를 봤다. 뉴라이트 전국연합 전 상임의장인 김진홍 목사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뉴라이트 전국연합’을 이끌며 열성적으로 선거운동에 앞장선 보수적 인물이다. 불교방송의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완강하게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 보도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이 비록 대통령 신분이라 해서 주일날 목사님을 모시고 청와대 내에서 예배를 집전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몇 가지 점에서 이 대통령이 좀 더 신중하게 처신했어야 했을 것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먼저 이 대통령이 지난해 종교편향 논란이 일었을 때 했던 국민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점이 문제다. 이 대통령은 일요일이었던 지난해 3월 30일 청와대 출입기자실인 춘추관에 예고 없이 들러 “일요일에 교회를 가면 좋은데 경호를 제대로 하면 신도들이 불편하다. 일요일 예배는 부활절 같이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외부로 가지 않을 것”이라며 “또 청와대로 목사를 불러 예배를 보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당선 후 여러 차례 소망교회를 찾아 예배를 보고 취임 후인 3월 16일에는 김진홍 목사가 청와대에서 예배를 집도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자 이를 수습하기 위한 차원에서 언급한 것이었다. 이 대통령이 먼저 이처럼 대국민약속을 하자 ‘장로 대통령’의 종교편향 우려는 일단 진화될 수 있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이후 이 약속을 지켜왔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이 약속을 파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선뜻 청와대 내에서 예배 보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은 과거 대통령들의 선례 때문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충현교회 장로로서 역시 독실한 기독교도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후 매주 목사를 청와대로 불러 예배를 드렸다. 그러나 “청와대 안에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던 불상을 치워버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불교계가 반발하고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자 이를 중단해야 했다. 당시 홍인길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청와대 뒷산으로 데려가 불상이 건재함을 보여주고 나서야 이 소문은 헛소문임이 확인됐고 파문도 겨우 진정됐다. 김 전 대통령은 또한 일반교회를 다닐 경우 경호원들의 엄중한 경호로 인해 예배의식이 번잡해질 것을 우려해 해결방안을 고민하다 결국 인근 군부대의 군인교회를 다니는 것으로 절충했다. 역시 독실한 기독교인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씨도 영부인시절 격주로 외부 교회로 나가 예배를 드렸다.

두 번째로는 하필이면 대통령 선거과정에서부터 여러 구설수에 올랐던 데다 극단적 보수주의 성향을 지닌 김진홍 목사를 불러 예배를 본 점도 비난의 소지가 있다. 지금 이 사회는 보수와 진보라는 양극단의 세력이 정치는 물론이고 사회, 문화, 종교 등 각 분야에서 첨예하게 대치하는 바람에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뉴라이트 계열의 목사를 불러 예배를 본 것은 불교 등 타종교는 물론 같은 기독교내의 진보적 교파로부터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차라리 이 대통령이 다니던 소망교회의 목사가 예배를 봤다면 조금은 이해가 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이명박 정부 들어 종교편향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대통령 자신에게나 종교계에게나 모두 불행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남북이 분단돼 대치하고 있는 것도 서러운데 지역과 성별, 종교, 계층, 세대, 이념으로 갈갈이 나뉘어 갈등하고 있다. 모름지기 진정한 국가지도자라면 이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을 대통합시키는 데 최우선적으로 진력해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역사적으로 훌륭한 대통령으로 평가 받으려면 우선 종교편향 논란을 시급히 잠재우고 종교 간의 화해와 상생에 모범이 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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