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6일(현지시각) IS(이슬람국가)에 희생된 고(故) 알카사스베 중위를 애도하고 IS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요르단 암만 알 후세이니 모스크 앞에서 열린 가운데, 한 남성이 IS의 이니셜로 "비 인간적이고 야만적"이라고 풀이한 문구를 들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무슬림 여성운동가, 미국·아랍권 반응에 반대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의 신학 이슈화해야” 주장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테러와 납치, 학살, 유물 파괴 등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해 한 이슬람 여성운동가가 “IS가 이슬람이 아니라는 주장은 ‘완전히’ 틀렸다”고 발언해 이목을 끌고 있다. 이는 미국과 아랍권 일부에서 “IS에서 ‘이슬람’이라는 말을 빼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라 주목된다.

지난 3일(현지시각) 카리스마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데일리비스트 칼럼니스트인 아스라 노마니(Asra Nomani)는 최근 게재한 글에서 “우리가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을 잡고 몰아내기 위해서는, 그들의 신학을 자꾸 이슈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IS가 이슬람이 아니라는 견해는 ‘완전히’ 틀렸다”면서 “적에게 이름표 붙이는 것을 꺼리면 반드시 비참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스로를 ‘무슬림 여성주의자’라고 표현한 노마니는 ‘홀로 서기: 이슬람의 영을 상대로 한 미국 여성의 고군분투기(Standing Alone: An American Woman's Struggle for the Soul of Islam)’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CBN과의 심층 인터뷰에서도 “IS는 이슬람의 종말론적 사명의 끝날에 와 있다. 그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자 한다면, 세계가 그들의 악한 이데올로기를 잡아야 한다”면서 “만약 세계가 그들의 영적·영토적 야망에 대해 깨어 있지 않다면, 중동과 특별히 그곳의 기독교인들은 결국 비참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마니의 의견과 달리 지난달 23일 이집트 수니파 최고 권위 꾸란 해석기관인 ‘알아자르’는 “IS라는 조직이 ‘이슬람국가’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IS에서 ‘이슬람’이라는 단어를 빼 신성하다는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알아자르 소속 법학자는 IS가 기독교 신자들을 ‘십자군’이라 표현하는 데 대해 “그러한 시도는 일부 아랍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IS와 같은 흉악한 조직은 반드시 종교와 신조를 곡해해 문명사회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려고 하고 있으나 그러한 시도는 결국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 법학자는 IS로부터 ‘이슬람’을 제거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이슬람은 신성한 것으로, 아랍 사람들도 이슬람이라는 단어가 없으면 종교가 아니라고 판단해 올바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 관계자들도 IS나 다른 이슬람 무장단체들을 언급할 때 ‘급진 이슬람(radical Islam)’이라는 표현을 가급적 피하고 있다. 이는 그들을 테러 조직으로만 평가하며, 정치·군사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 들어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섰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슬람 원리주의 테러단체들을 급진 이슬람이라 부르기를 거부한 사실에 대해 “그들이 누구인지 말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패배시킬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제이 존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IS가 이슬람 교리의 일부분에 해당한다고 언급하는 것은 그들이 원하는 전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IS를 이슬람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들이 누릴 자격이 없는 존엄성(dignity)을 부여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슬람 극단주의든 폭력적 극단주의든 중요한 것은 IS가 우리 본토에 심각한 잠재적 위협임을 상징하는 테러단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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