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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고 싶은 순간 1위… “내 부족함과 한계 느낄 때”
신학교·교단 “신학생 환경, 공적 사안으로 만들어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우리 사회가 한국교회 목회자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반면 신학생들의 시각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담임 목회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다. 이에 신학생들이 한국교회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어람아카데미(대표 양희송)가 최근 진행한 ‘신학생들의 소명과 미래’ 설문조사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한국교회 신학생들의 현실을 진단했다.

눈에 띄는 내용은 신학생들이 담임 목회자에 대해 갖고 있는 호감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2013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발표한 2013 교회 신뢰도 조사 보고서 중 ‘한국사회에서 교회의 신뢰도는 매우 낮고, 그 내용은 사실상 교인들과 목회자에 대한 낮은 신뢰도에서 기인한다’는 분석 결과와 배치되는 것이다. 당시 조사 결과 교회 내부 구성원의 평가는 비교적 호의적인 반면 외부의 평가는 상당히 혹독했는데, 이번 조사에서도 신학생들의 시각은 긍정적이었다.

이처럼 신학생들이 현 목회자들에게 주는 점수가 후한 데 대해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는 “신학생들의 시선이 공동체의 울타리 안으로 포획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현재 한국교회를 감싸고 있는 문제에 대한 인식은 과감하기보다는 온정주의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한국교회에 대한 신학생들의 평가는 무난했다. 대체로 자신들의 생활에 만족도가 높다고 답변했다. 반면 환경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신학교나 교단 측에 책임을 돌리기보다 스스로 감당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이들은 구조나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나 책임 추궁에는 소극적인 반면 문제를 개인적인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는 인식은 강했다.

◆신학생 “못하는 건 다 내 탓”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나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 대한 질문에 대한 가장 많은 답변은 ‘자신의 부족함과 한계에 대한 인식(38%)’이었다. 그 다음은 경제적 문제(27%), 한국교회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들(25%) 등이었다. 어려운 환경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는 경향이 더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신학생이나 젊은 사역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도움은 무엇일까. 응답자들은 ‘충실한 신학 교육(36%)’을 꼽았다. 응답자 3명 중 1명이 단기적으로 당면한 목표·과제로 ‘경제적 문제 해결 방안(33%)’을 꼽았던 것에 비하면 의외의 결과다. ‘경제적 지원(32%)’이라는 답변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선배나 목회자들이 신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상담과 도움을 받았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 했다는 답변은 19%나 차지했다. 도와줄 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다고 보거나(13%)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 없다는 답변도 9%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응답자들의 5명 중 3명은 ‘현재 신학생(사역자)로서의 삶이 어렵지만 지속해보고 싶다(60%)’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속 가능하다(33%)’라는 답변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신학교·교단 차원의 문제 아닐까”

양희송 대표는 신학생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신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의 신학생들은 압도적으로 개인의 소명의식과 선택에 의해 신학교 진학을 하게 되고, 그가 알아서 임지를 찾거나 개척해야 한다. 개인의 상황이 잘 풀리면 ‘인도하심’이 있는 것이 되고 벽에 부딪히면 ‘내 길이 아닌가’라며 소명 자체를 원점에서 재고하게 되는 양극단을 오간다는 것이다.

그는 “목회현장으로 진출해서 부교역자나 개척교회를 경험한 이들은 신학생들이 카페교회나 가정교회, 이중직 등 실험적 모색을 하는 데 대해 상당히 비현실적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는다”며 “왜 우리는 목회나 교회개척에 대해 목회자가 개인사업 벌이듯이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수십년의 관행이 격렬하게 도전받고 있는 지금에도 이틀 자체를 의문시하는 논의나 인식은 많지 않아 보인다”며 “교단 신학교에 재학 중인 신학생들조차도 공통적으로 겪는 자신들의 문제를 해당 신학교나 교단이 책임 있게 반응해야 할 공적 사안으로 만들어내지 못 하고 저마다 각자도생(사람은 제각기 살아갈 방법을 도모함)하는 사적해결을 선택하는 것이 심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양희송 대표는 신학생들에 대한 이번 설문에 대해 “액면 그대로 대한민국 신학생들의 현실은 대체로 무난하다고 평가할 것인가, 아니면 현실과 괴리된 자기인식 속에 있다고 판단해야 할까 연구를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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