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 갓 태어난 아기를 목욕물과 함께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좀 더 차분하고 심도 있는 공론화로 가야 한다. 기간이 거의 3년이나 됐는데도 지금까지 뭘 했느냐고 따져도 할 말이 없다. 허송세월을 했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상처투성이인 이것을 붙잡고 더 발전시켜 가야 한다. 진짜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탄생한 옥동자이기 때문이다.

집중과 선택으로 실효성 높여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개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해 위헌 논란에 다시 물을 지폈다. 여야 원내 지도부도 한목소리로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법률안이 통과되자마자 소관 법사위는 물론 여야 정치권과 대한변협 등에서 곧바로 위헌 운운하며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거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패와 비리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12년 8월 이 법을 마련했다. 수억원 이상의 금품을 받아도 단지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로 풀려나는 현실을 보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본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은 최소한 부패 문제와 관련해서는 후진국 수준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적폐’라고 불렀던 관피아, 이제는 더 분화돼서 철피아, 해피아, 법피아, 군피아라는 말이 익숙해졌고 최근에는 ‘칼피아’라는 말까지 나왔다. 김영란법은 그 해법 가운데 가장 강력한 처방약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스텝이 꼬이고 말았다. 공직자로 집중됐던 적용 범위가 민간부문으로 확대되면서 형평성 논란을 낳더니 급기야 위헌 문제까지 불거지고 말았다. 당초 반부패 장치 하나로 마련됐던 ‘이해충돌 방지’ 규정도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강력한 제재조치는 좋지만 ‘부당청탁’이란 규정은 여전히 모호하다. 법관에 따라 유죄도 무죄도 될 수 있는 규정은 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이런 부분은 반드시 보완돼야 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김영란법에 대한 난타는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이다. 법률 시행까지는 1년 6개월이나 남아있다. 아직 시행령이나 예규도 마련되지 않았다. 큰 틀은 잡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헌법소원 얘기가 나오더니 법 취지조차 흔드는 격한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더 철저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자칫 흠집 내기나 발목잡기로 비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앞으로 수정과 보완을 한다면서 법 취지를 훼손하거나 예외조항을 추가하는 등으로 껍데기만 남게 해서는 안 된다. 다시 냉정을 되찾아 김영란법에 더 힘을 실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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