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현직 주지 원경·태진스님 징역 1년 6월 구형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계종이 교구본사 주지 선거 때마다 금권선거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가운데 검찰이 최근 마곡사 주지를 금품수수 혐의로 실형을 구형해 파장이 일고 있다. 현직 교구본사 주지가 돈 선거를 이유로 재판에서 실형을 구형받은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지난 3일 검찰은 주지 선거과정에서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마곡사 주지 원경스님과 태진스님(전 갑사 주지)에 대해 각각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증인들의 진술로 대가성 금품 전달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원경스님과 태진스님은 2013년 주지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에 입후보해 구성원들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금품을 건넨 정황이 드러나 위계(지위의 등급)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해 7월 검찰에 기소됐다. 원경스님은 9명에게 500만원씩 4500만원, 태진스님은 9명에게 4530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검찰은 재판 회부에 앞서 마곡사 산중총회에서의 돈이 오간 정황들을 광범위하게 파악했다. 소환조사는 물론 서면조사, 전화조사 등을 통해 조사를 받은 스님이 8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도들이 낸 보시금을 선거에 사용한 것은 신도들을 우롱한 처사다. 죄질이 나쁘다”며 “선거에서 금품을 사용하는 것이 조계종의 관행이 되고 있을뿐더러 자정 능력도 없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원경스님은 최후변론에서 “선거과정에서 돈을 직접 건넨 사실이 없다”고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반면 태진스님은 “일부 돈을 준 사실이 있지만 상대후보가 금권선거를 해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조계종, 금권선거 관행 자정능력 상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는 지난해 8월 “마곡사 주지 선거에서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현 주지 원경스님과 다른 후보자였던 태진스님이 검찰에 기소된 사건을 목도하며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불시넷은 “마곡사는 이미 말사 주지 임명을 대가로 전임 주지들이 금품을 수수해 검찰에 구속된 바 있다”며 “이번에 또다시 본사주지 선거에서 금품제공 의혹이 불거짐으로써 교구의 자정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총무원과 중앙종회 등 전 종단적으로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며 주지 직무정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에 검찰이 현 주지를 금품수수 혐의로 실형을 구형함에 따라 조계종 선거제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조계종 각급 선거에 대한 엄정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공주지검은 “금권선거가 조계종의 관행이 되고 있고, 자정 능력도 없다”고 밝혀 조계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원경스님과 태진스님 선고는 4월 3일 오전 10시 공주지원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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