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팀 모두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상대… 자신감과 맞춤형 전략 필요

0-9, 0-7이라는 처참한 패배를 안았던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을 제외하고 그동안 한국 축구의 월드컵 본선 전략은 한 팀을 확실히 잡고 강한 팀과는 비긴다는 전략이었다.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1994년 미국 대회까지는 각 조 3위 가운데 상위 4개 팀이 16강에 갈 수 있는 '와일드 카드' 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1승 2패로도 조별 리그를 통과할 수 있었다.

멕시코 대회의 경우 불가리아를 잡는다는 계획이었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는 벨기에 또는 우루과이가 초점이었다. 미국 대회는 남미 팀 가운데 가장 만만하다는 볼리비아를 만났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 축구는 '만만한 상대'를 상대로 이기지 못했다. 우중혈투를 벌였던 불가리아와는 비겼고 이탈리아 대회는 3전 전패로 물러났다. 미국 대회 역시 볼리비아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지만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와일드 카드가 없어진 1998년 프랑스 대회부터는 우리의 전략이 1승 2패에서 1승 1무 1패 또는 1승 2무로 바뀌었다. 프랑스 대회는 멕시코, 벨기에가 그나마 해볼만한 상대라고 평가됐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폴란드와 미국이 목표 대상이었다. 독일 월드컵은 토고와 스위스가 타깃이었다.

그러나 내년에 벌어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은 이전 대회와는 느낌이 다르다. 세 팀 모두 우리가 이길 수도 있고 반대로 아쉽게 질 수도 있는 상대들이다.

포트 1에 포함된 8개 팀 가운데 개최국 남아공을 제외하면 그나마 제일 만만한 팀이 아르헨티나였다. 아르헨티나는 남미 예선에서 그야말로 죽을 쑤며 가까스로 본선에 합류했다.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도 '전략 부재'라는 평가를 들으며 선수로는 성공했지만 지도자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말을 듣고 있다.

또 아프리카 팀 가운데서도 알제리를 제외한다면 나이지리아가 그나마 낫다.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카메룬 모두 유럽의 상위 리그에서도 최고 명문팀에서 뛰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지만 나이지리아는 유럽 상위 리그의 경우 중위권 팀 선수가 많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경기가 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확실하게 이긴다는 보장도 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리스 역시 유럽 팀 가운데 가장 만만하다. 포트 4 가운데 우리가 가장 바랐던 유럽 팀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오토 레하겔 감독이 이끄는 그리스는 수비가 매우 탄탄한 팀이다. 공격의 칼날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지 않는다면 역시 이기기 힘들다.

결국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세 팀을 상대로 모두 이긴다는 생각으로 본선에 임해야만 한다. 그런만큼 각 나라에 맞는 맞춤형 전략이 절실하다. 이번 대회는 분명 이전 한국이 경험했던 월드컵과 큰 차이가 있는 만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역시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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