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독립만세!” 96년 전, 온 강산을 뒤덮으며 울려 퍼졌던 소리다. 며칠 전 그날의 함성은 이 강산 위에서 곳곳마다 재연됐다. 국경일이 많지만 여느 국경일보다 올해의 3.1절은 모두에게 유독 관심을 갖게 하는 듯싶다. 때가 때인 만큼 금년은 96년 전 울려 퍼졌던 대한독립만세의 의미를 찾고 되새기려는 분위기가 역력해 보인다.

한마디로 1919년 3.1운동은 26년이 지나 1945년 8월 15일에 맞게 되는 일제 식민치하로부터의 해방과 광복을 얻고자 들불처럼 일어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탑골공원에서 종교지도자 33인으로부터 시작된 그날의 함성은 폭력을 쓰는 그들을 탓하는 게 아니라 때가 되어 찾아올 세계평화를 알린 미래의 비전이었다. 나아가 세계평화는 바로 이 땅 이 강산에서부터 시작될 것을 미리 예고했을 뿐이다. 후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가 3.1운동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것이야말로 정녕 3.1절을 기념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처럼 3.1운동이 이 시대에 주는 메시지는 참으로 크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메시지는 과연 뭘까. 인류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미래는 폭력과 전쟁이 없는 평화와 안전이 보장된 평화의 세계다. 이는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가 지향하는 바와도 같다. 따라서 96년 전, 종교를 대표하는 종교지도자 33인에 의해 독립선언서가 낭독됐다는 것은 오늘날 지구상에 있는 모든 종교는 자기 종교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대로 즉, 경서대로 인류의 영원한 평화를 위해 그날처럼 하나 돼야 한다는 것을 미리 알린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던 독립선언서 원문(原文)의 내용을 잠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원문의 초반과 중반을 넘어 중후반부에서 부터 33인의 종교지도자들이 참으로 고(告)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먼저 “또 東洋 平和로 重要한 一部를 삼는 世界平和, 人類幸福에 必要한 階段이 되게 하는 것이라. 이 어찌 區區한 感情上 問題이리오(또 동양의 평화가 중요한 일부가 되는 세계평화와 인류복지에 꼭 있어야 할 단계가 되는 것이라. 이것이 어찌 구구한 감정상의 문제이겠느냐!)”라는 내용에서다. 이와 같이 그때의 폭력을 그저 탓하는 데 그친 게 아니라,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동양 평화는 물론 동양 평화를 통해 있어질 세계평화와 인류복지에 필요한 과정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저 폭력에 대한 단순한 분노의 표출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어서 “아아, 新天地가 眼前에 展開되도다. 威力의 시대가 去하고 道義의 時代가 來하도다. 過去 全世紀에 鍊磨長養된 人道的 精神이 바야흐로 新文明의 曙光을 人類의 歷史에 投射하기 始하도다. 新春이 世界에 來하야 萬物의 回蘇를 催促하는도다(아아 새 하늘과 새 땅이 눈앞에 펼쳐지누나. 힘의 시대는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누나. 지나간 세기를 통하여 깎고 다듬어 키워온 인도적 정신이, 바야흐로 새 문명의 서광을 인류의 역사 위에 던지기 시작하누나. 새봄이 온 누리에 찾아들어 만물의 소생을 재촉하누나)”라고 한다. 그렇다. 온 인류 나아가 모든 종교가 꿈 꿔온 신세계 즉, 낙원이며 이상향의 세계 무릉도원이 이 땅에서부터 펼쳐질 것을 미리 알린 것이며, 종교의 부패로 인해 나타나는 종교권력으로부터 해방되고, 억압받던 만물이 진리(眞理)로서 소성 받게 되는 새 시대가 나타날 것을 미리 약속해 놓은 것이다.

정리하자면 96년 전 탑골공원에서부터 종교지도자 33인으로 시작해 온 누리에 울려 퍼진 기미독립선언서는 바로 암울한 이 시대를 이기고 인류가 맞이하게 될 새 시대 즉, 미래의 비전이었음이 틀림없다. 다시 말해 새로운 미래문명을 선언한 대헌장이며, 인류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이었다.

이처럼 일제의 위력 앞에 비폭력으로 맞선 그날의 함성을 오늘에 와서 반드시 재조명해야 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선열들의 흘린 피와 그날을 기념하는 길은 그날의 함성이 담고 있는 진정한 뜻을 깨닫는 것이며, 그 뜻이 이 강산 위에서부터 이루어져 나타날 때 보고 믿어 동참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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