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현지시각) 레바논 동명부대 책임지역인 부그글리야시 모스크를 방문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왼쪽 두 번째)를 지역 이슬람 수니파 지도자가 맞이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UN평화유지군 동명부대 방문… 세계평화 기원 법회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레바논 남부 티르에서 UN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는 동명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고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법회를 봉행했다. 이와 함께 이슬람 지도자 등 지역 종교지도자들과 환담을 갖고 전쟁 종식과 평화 안착을 위해 종교계가 함께 노력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 등 조계종 방문단은 1일(현지시각) 레바논에서 UN평화유지군으로 활동을 벌이는 동명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번 방문에는 군종특별교구장 정우스님,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진화스님, 육군사관학교 군종실장 함현준 법사 등이 동행했다.

자승스님은 지난해 11월 태풍 하이옌 피해 지원을 위해 필리핀 아라우부대를 방문했을 당시, 해외 파병부대에 대해 관심을 갖고 레바논 방문을 추진하게 됐다. 2007년 처음 파병돼 올해로 파병 8주년을 맞은 동명부대는 우리나라의 유엔파병부대 중 유일한 전투부대다. 현재 함남규 대령(육사 45기)의 지휘 아래 15진이 활동하고 있으며 올해 4월 16진 파견을 앞두고 있다.

레바논은 이슬람, 가톨릭, 유대교 등 18개 종파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다종교 국가다. 종교간 대화와 화합을 위한 노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인근 국가인 시리아와 이스라엘 등과의 군사 갈등, 불안정한 정치 상황 등으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자승 “종교 갈등은 불행한 일”

조계종 방문단은 동명부대가 책임지는 현지 마을 5곳 중 한 곳인 부르글리야 마을의 이슬람 사원(모스크) 찾아 현지 이슬람 수니파 최고지도자(무프티) 미드라르 합발, 부르글리야 시의 갈립 엘 다우드 시장과 종교와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미드라드 합발 무프티는 종교화합과 평화를 위해 먼 길을 달려온 방문단에 감사를 표하며 “불교는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스스로를 절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교와 이슬람의 가르침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자승스님은 “종교로 인한 갈등은 불행한 일이다. 종교 갈등은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할 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불교는 모든 종교의 가르침을 존중하고 예우하고 있다. 이슬람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레바논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하겠다”고 답했다.

이 자리에서 스님은 부르글리야 지역 현안 문제인 공동묘지 부지 매입을 위해 불교계에서 40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방문단은 이어 부르글리야 시청을 찾아 지역의 여러 종교인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부르글리야시의 다수파인 이슬람 수니파 최고지도자(무프티) 뿐만 아니라 시아파 성직자, 마론파 가톨릭(레바논의 가톨릭 종파) 대주교, 정교회 대주교 등 다양한 종교지도자와 압둘 무센 알 후세이니 티르연합시장(티르 지역 73개 시장의 대표자)이 참석했다.

이날 저녁 동명부대 내 법당인 동명호국사에서는 동명부대원 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세계평화기원 법회를 봉행했다. 법회에는 동명부대원 외에도 레바논에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된 스리랑카 부대원들이 참석해 세계평화와 레바논의 안정을 염원하기도 했다.

자승스님은 법회에서 “최근 극단적 종교·정치적 성향이 있는 단체에 의해 세계평화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대화와 화합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곳에 자랑스러운 동명부대가 있었다”고 격려했다.

이어 “자비의 정신으로 남을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어려움을 잘 살펴봐 주길 바란다”며 “그 이해가 바로 이곳 중동에 또 다른 평화의 꽃씨를 남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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