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출처: 질병관리본부)
의료비 부담 커져… ‘부익부빈익빈’ 심화될 것
“소외계층 외면하면 ‘세 모녀’ 사건 또다시 발생”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정부가 입원료를 인상해 장기입원 유인을 줄이는 방안을 시도 중인 가운데 의료 사각지대가 커질 거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 등 소외계층의 피해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지난달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환자의 입원료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5일 입법 예고했다. 불필요한 장기입원 유인을 줄이기 위함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입원일수가 15일이 넘어가면 현행 20%인 법정본인부담금을 30%로 올리고, 30일이 넘어가면 40%까지 인상된다.

다만 요양병원 입원 환자 및 복지부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질병으로 입원 치료를 받는 환자의 경우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적용하지 않는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커질 것이며, 의료사각지대도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외계층들의 경우 병원 이용이 더 어려워지게 된다는 말이다.

질병관리본부의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병의원(치과 제외)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한 사람의 비율은 2009년 24.1%, 2011년 18.7%, 2013년 12.2% 등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문제는 ‘돈이 없어서’ 병원을 가지 못한 미치료자가 21.7%에 달한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에 못 간 사람은 2010년 15.7%에서 2011년 16.2%, 2012년 19.7%, 2013년 21.7%로 증가 추세다.

성별로는 남성의 미치료율이 9.1%인 반면 여성은 15.0%로 남녀간 큰 차이를 보였다. 여성은 전 연령대에서 남성보다 미치료율이 높았다.

노인들의 경우 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경제적 이유로 인한 미치료율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한 노인은 11.4%나 됐다. 10명 중 1명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셈. 지역별로 보면, 전남이 15.3%로 가장 많았고, 대전은 가장 낮은 7.2%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해 건강보험은 약 4조 6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누적흑자 금액은 12조 8000억원에 달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지출(급여비)이 증가하는 속도가 감소한 탓이다. 이는 경기침체로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국민이 아파도 웬만하면 참고 병원치료를 꺼린다는 것을 말한다.

앞서 지난해 2월 송파구에선 만성질환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같은 소외계층을 외면한 채 입원료를 인상할 경우 비극적인 사건이 또다시 되풀이된다는 게 전문가들이 입장이다.

김경자 무상의료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돈이 있는 사람과 돈이 없는 사람에게 입원료 인상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돈이 없는 노인과 저소득층은 돈 때문에 병원에서 퇴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입원료 적용을 고려한다는 발상도 잘못된 생각”이라며 “본인부담금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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