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3.1절을 맞아 대전시 교육청 앞 보라매근린공원에 세워진 ‘대전 평화의 소녀상’. 뒤쪽으로 비문이 보인다.ⓒ천지일보(뉴스천지)

김복동・길원옥 위안부 할머니 “아직 우리는 해방이 되지 않았습니다”

[천지일보=김지현 기자] “우리는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피맺힌 고통을 겪어야만 했던 이 땅 소녀들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인권이 존중되고 평화가 실현되는 사회를 바라는 대전 시민의 뜻을 모아 이 비를 세웁니다. 광복 70년 분단 70년 2015년 3월 1일.”

‘대전 평화의 소녀상’ 뒤 비문으로 이렇게 적혀있다.

‘대전 평화의 소녀상’은 1일 3.1절을 맞아 건립된 가운데 위안부 할머니가 “아직 우리는 해방이 되지 않았습니다”라고 해 참석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이날 제막식을 마치고 김복동・길원옥 위안부 할머니는 ‘대전 평화의 소녀상’ 옆에 함께 앉아 아픈 가슴을 쓸어안고 소녀상 얼굴을 쓰다듬었다.

▲ 권선택 대전시장과 김인식 대전시의장의 위로를 받으며 소녀상 얼굴을 쓰다듬는 할머니.ⓒ천지일보(뉴스천지)

대전시는 이날 오후 2시 보라매근린공원에서 ‘대전 평화의 소녀상’ 시민추진위원회와 함께 대전평화의소녀상건립 제막식을 거행했다.

이날 권선택 대전시장과 김인식 대전시의장, 박범계 국회의원, 장종태 서구청장, 양무석 (사) 대전흥사단대표, 김용우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대전본부상임대표 등이 함께 참석해 소녀상 건립 축사와 함께 위로의 뜻을 전했다.

대전평화의 소녀상은 광복7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위안부’로 피맺힌 고통을 겪었던 소녀들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이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시켜 일본의 역사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시민의 뜻을 담아 제작건립하게 됐다.

이날 제막식은 식전행사로 길놀이, 판굿이 공연됐으며, 본행사로 경과보고, 기념사와 제막, 축하공연으로 헌시낭송과 헌무공연, 만세삼창으로 진행됐다.

▲ ‘대전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과 경기도, 경남도를 비롯해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 세워져 있지만 대전시는 소녀상 건립에 5000만원을 지원했다. 소녀상 건립에 관공서가 참여한 것은 대전이 처음이다.

대전 지역 5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8월 추진위원회를 결성한 뒤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해왔다. 지난 1월 말까지 2377명의 시민들이 건립에 동참, 4400여만원을 모았다.

소녀상은 김운성·김서경 작가가 160㎝×180㎝×136㎝크기로 제작했다.

일본군위안부피해자로 등록된 전국의 총238명중 대전시에는 5명이 등록되었으나 2011년 9월에 생존하였던 마지막 한분이 영면했다.

▲ 소녀상 옆에 서 있는 김복동・길원옥 위안부 할머니. 소녀상의 한쪽 손을 잡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이날 제막식에는 그 분들의 삶을 헛되이 하지 않고 아픔과 역사를 함께 기억하기 위해 피해자 김복동・길원옥 할머니 두 분이 참석해 숙연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김복동 할머니는 소녀상 옆에서 축사를 대신해 “박정희 대통령 때 일본과 위안부 피해보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으니, 그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해결해야 하지 않겠나. 정부는 무엇하고 있나”라면서 따끔한 일침을 놓고 청중의 호응을 받기도 했다.

특히 제막식 이후 인터뷰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대표는 이날 “우리나라의 독립을 요구하면서 수많은 선조들이 피를 흘렸던 3.1절이라는 의미 있는 날에 대전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기리겠다는 뜻으로 소녀상을 세워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면서 “앞으로 다시는 우리 땅에 이 같은 아픈 역사를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오늘 이 ‘대전평화의소녀상’을 세우게 된 것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후세로서 참 의미있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인터뷰하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대표 뒤로 소녀상이 보인다.ⓒ천지일보(뉴스천지)

윤미향 대표는 이어 “위안부 할머니들은 여전히 ‘아직 우리는 해방이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아직 광복절을 기념할 수 없습니다’라는 마음으로 매년 광복절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광복 70년, 민족 분단으로 아픔의 세월을 보낸 지 70년 동안 별다른 위로나 지지 없이 지난 세월을 지내왔는데 이렇게 대전에서 대전평화의소녀상이 세워져서 할머니들에게 큰 위로를 안겨주시게 됐다. 세계 여러나라에 전쟁 피해자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의미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대전 평화의 소녀상. 땅에 딛지 못한 맨발의 뒤꿈치는 전쟁이 끝났어도 돌아오지 못한 소녀들이 많으며, 이 땅에 돌아와서도 몸과 마음이 편할 날이 없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