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비타민] “몰라요”라고 말하는 아이와 대화하는 방법
[건강비타민] “몰라요”라고 말하는 아이와 대화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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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릴 적에는 부모가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이것저것 얘기하면서 대화를 잘 나누었던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점차 입을 닫곤 한다. 특히 부모가 아이에게 질문을 하면 “몰라요”라는 대답이 들려오는 경우가 빈번해서 더 이상의 대화 진행이 어려워진다. 아이들은 왜 부모의 질문에 이와 같은 대답을 하는 것일까?

“몰라요”의 의미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정말로 모를 때다. 부모가 “슬플 때는 언제야?”라고 질문했을 때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한다. 실제로 자신의 감정을 잘 깨닫지 못하는 아이가 꽤 있다. 감정보다는 이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 아이다. 이것은 사실 부모의 영향이 크다. 특히 짜증, 불안, 슬픔, 분노, 혐오 등의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부모가 금기시해 왔다면 아이는 어느새 ‘자신의 진짜 감정’을 느끼는 법을 잊어버리게 된다.

둘째, 부모와 말하기 싫을 때다. 부모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이다. 모른다고 말해야 부모가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가령 “미래에 꿈꾸는 직업이 뭐야?”라는 부모의 질문에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한다. 자신의 꿈을 갖고 있지 않는 상태이거나 혹은 자신 스스로도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삶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부모가 원하는 대답이 예상되거나 혹은 예전에 이미 많이 얘기해 왔지만 부모와 자신과의 의견 차이가 컸기 때문일 수 있다.

셋째, 부모의 질문 내용 자체를 회피하는 것이다. 가령 “어떤 수업(또는 과목)이 어려워?”라는 부모의 질문에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한다면, 아이는 아마 마음속으로 ‘엄마, 이제부터 공부 얘기는 하지 마세요. 저는 공부와 관련된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요’라는 말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는 부모와의 세대 차이, 부모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욕구의 증대, 학습 요구량이 많아지는 발달적 과제 부담 등에 의해 부모와의 대화 욕구를 꺾어 버린다.

성별도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 대화와 감성적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여자 아이들보다는 행동부터 앞서고 보다 더 공격적인 남자 아이들이 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성별 차이보다는 개인 간 차이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부모의 질문 자체가 적절하지 않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피해야 한다. 첫째, 단정적 질문이다. 예컨대 “너는 분명히 지금 머릿속으로 어떻게 하면 학원을 빠질까 궁리하고 있지?”라는 질문이다. 아이를 이미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므로 아이의 자존감을 상하게 만들고, 아이의 긍정적 변화에 대한 동기를 저하시킨다.

둘째, 강요적 질문이다. 예컨대 “이제부터 축구하는 시간을 줄이든지 아니면 게임 시간을 줄이든지 네 생각은 어때?”라는 질문이다. 어느 쪽이든 아이가 별로 원하지 않는 대답을 강요하는 것보다는 아이를 설득하고 타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는 ‘엄마는 늘 이런 식이야!’라는 생각으로 반발한다.

셋째, 모호한 질문이다. 예컨대 “네가 앞으로 잘 지내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이다. 실제로 아이가 대답하기 곤란하다. 무엇을 어떻게 잘 하기를 바라는지 아이가 더 궁금해진다. 아이 입장에서는 무작정 잘 지내고 엄마 말씀 잘 들으라는 지시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부모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야단치거나 다그치는 대신에 이면에 숨어 있는 아이 심리 상태, 특히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아이의 마음을 추정하는 말로써 아이를 대신해서 말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금 얘기하기 싫구나. 화가 좀 난 것 같은데…” 등의 말로 아이의 감정 파악에 주력한다. 아이는 그래도 우리 부모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려고 노력하신다고 생각해 마음의 문을 열 것이다. 아이에게 한 번 더 물어보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가 모른다고 대답해서 곧바로 대화를 중단하면, 아이는 한편으로 부모가 자신에게 관심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번 더 질문해서도 모른다고 하면, 질문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이 좋다. 말하기 싫다는 아이의 마음을 존중해 주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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