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3.1운동이 일어난 지 96주년이 되는 해이다. 1919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저항해 전 민족이 일어난 항일독립운동인 3.1운동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승국의 식민지에서 최초로 일어난 대규모 독립운동이기도 하다. 종교인이 앞장서 지식인뿐 아니라 학생, 노동자, 농민 등 각계각층의 민중들이 전국적으로 폭넓게 참여한 최대 규모의 항일운동인 3.1운동의 의의와 독립선언서의 내용을 돌아보고자 한다.

▲ 3.1운동 당시 모였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천도교·개신교·불교 등 종교인 앞장서 만세운동 펼쳐
종교인들, 종파·이념·자기색채 넘어 한마음 한뜻 돼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민족대표 33인은 서울 인사동에 있는 태화관(泰和館)에 모여 독립을 선언하는 한용운의 선창으로 대한독립만세를 제창했다. 손병희 등 천도교인 15명, 이승훈 등 기독교인 16명, 한용운 등 불교인 2명으로 이뤄진 33명의 민족대표는 모두 종교인이란 특징을 갖고 있다. 이날 길선주 등 4명이 불참한 가운데 민족대표 29명이 독립만세를 제창한 후 만세운동은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졌다. 멀리 만주 지역과 미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남녀노소 구별 없이 민족 모두가 하나가 되어 나라의 독립을 애타게 부르짖은 3.1운동은 뉴욕타임스 등 세계 언론에도 알려지면서 중국의 5.4운동, 인도의 비폭력·불복종 운동 등 세계 여러 나라에 영향을 끼쳤다.

한국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3.1운동은 종교지도자들이 종교와 이념과 자기 색채를 과감히 뛰어 넘어 민족의 대표가 되고 한마음 한뜻이 되어 독립선언서를 작성하고, 나아가 온 국민이 분연히 일어나 전국적이고 동시 다발적으로 비폭력 무저항 평화운동을 전개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손병희는 독립선언서 작성의 대원칙으로 ▲평화적이고 온건하며 감정에 흐르지 않을 것 ▲동양의 평화를 위해 조선의 독립 필요 강조 ▲민족자결과 자주독립의 전통정신을 바탕으로 정의와 인도(人道)에 입각한 운동 등의 원칙을 세웠다. 당시 독립선언서 내용에는 민족의 자주독립은 물론 동양과 세계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 자유와 평화의 사상, 그리고 인류애가 듬뿍 담겨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구절은 종교인 33인이 바라본 ‘도(道)의 시대’ ‘진정한 광복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는 구절이다.

▲ 기미독립선언서.

‘世界萬邦(세계만방)에 告(고)하야 人類平等(인류평등)의 大義(대의)를 克明(극명)하며(세계 모든 나라에 알려 인류가 평등하다는 큰 뜻을 밝히며)’ / ‘東洋平和(동양평화)로 重要(중요)한 一部(일부)를 삼는 世界平和(세계평화), 人類幸福(인류행복)에 必要(필요)한 階段(계단)이 되게 하는 것이라(동양의 평화가 중요한 일부가 되는 세계평화와 인류복지에 꼭 있어야 할 단계가 되는 것이라)’ / ‘新天地(신천지)가 眼前(안전)에 展開(전개)되도다. 威力(위력)의 時代(시대)가 去(거)하고 道義(도의)의 時代(시대)가 來(내)하도다(새 하늘과 새 땅이 눈앞에 펼쳐지누나. 힘의 시대는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누나)’ / ‘過去(과거) 全世紀(전세기)에 鍊磨長養(연마장양)된 人道的(인도적) 精神(정신)이 바야흐로 新文明(신문명)의 曙光(서광)을 人類(인류)의 歷史(역사)에 投射(투사)하기 始(시)하도다(지나간 세기를 통하여 깎고 다듬어 키워온 인도적 정신이, 바야흐로 새 문명의 서광을 인류의 역사 위에 던지기 시작하누나)’ / ‘新春(신춘)이 世界(세계)에 來(내)하야 萬物(만물)의 回蘇(회소)를 催促(최촉)하는도다(새봄이 온누리에 찾아들어 만물의 소생을 재촉하누나)’ / ‘良心(양심)이 我(아)와 同存(동존)하며 眞理(진리)가 我(아)와 幷進(병진)하는도다(양심이 우리와 함께 있고, 진리가 우리와 함께 전진하는도다)’

독립선언서에서 도래할 미래의 새 시대는 ‘도의(道義)의 시대’라고 알리고 있다. 이는 정신문명의 시대를 미리 알린 것으로, 말씀과 함께하는 종교의 시대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생명을 뜻하는 빛의 회복 곧 진정한 의미의 ‘광복(光復)’도 요구된다.

인류의 궁극적 염원은 인류평화와 광복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말하고 광복을 외쳤지만 인류는 전쟁의 굴레에서 단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끊이지 않는 전쟁의 원인에 종교가 있다는 각성과 함께 종교화합과 진리로 하나 되어 진정한 세계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유엔은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등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고 세계평화를 이루기 위한 종교지도자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종교인들이 진정한 평화와 광복을 위해 한마음으로 나서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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