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글자 그대로라면 종교는 세상의 수많은 가르침 가운데 가장 근본적이고 으뜸인 가르침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신앙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이승에서 가장 바람직하게 살고, 저승에 가서는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 것이다. 어떤 종교를 믿더라도 기도하면서 간절히 바라는 것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행복이다. 편견을 버리고 대부분의 종교를 자세히 알아보면 이승에서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여러 가지 가르침이 있다. 행복한 삶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승으로 가기 전까지 질병에 걸리지 않고 사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종교를 창시하신 분들을 성인이라 부르는 동시에 ‘대의(大醫)’라고도 부른다. 가장 위대한 의술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승에서 사는 인간의 병든 영혼을 치유해 건강하게 살도록 하는 가르침과 동시에 어떻게 이승에서 살아야 죽어서도 평안함을 얻게 되는지에 관한 가르침도 분다. 그 가운데 불교의 가르침을 알아보자.

불교에는 ‘약사불(藥師佛)’이라는 부처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약사유리광여래(藥師琉璃光如來)’라 하며, ‘대의왕(大醫王)’이라고도 하는 동방세계의 교주이다. 글자 그대로는 ‘약사로서 유리처럼 밝은 빛을 내며 현세에 다가온 부처’라는 의미로 동방에 거처하며 죽어서 가는 서방정토의 아미타불과 짝을 이룬다. 현생의 구세주 약사불은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12가지의 서원을 했는데, 그 가운데 몇 개는 심리적 건강과 관련이 있다. ‘소구만족(所求滿足)’은 중생들이 자유자재로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이고, ‘안립정견(安立正見)’은 중생들이 일체의 번뇌로부터 해탈해 올바른 견해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이며, ‘고뇌해탈(苦惱解脫)’은 일체의 고뇌로부터 해탈하도록 하겠다는 의미이다.

약사불은 두 가지의 화신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약수왕(藥樹王)’으로 의사의 몸으로 현신하여 인체의 질병을 치료해준다. 다른 하나는 ‘여의주왕(如意珠王)’으로 사람의 정신적인 질병, 즉 심리적인 질병을 치료해준다. 사람은 마음이 명랑하고 즐거워지면 신체도 안락해져서 건강해질 수 있다. 약사불은 대의로 약왕인 동시에 심리학 전문가로서 현신해 중생의 심리적 건강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된다. 불교는 고도의 심리학적 특징을 내포하고 있어서 인류의 심리적 상황과 각종 고난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따라서 인류의 심리적 건강에 대한 불교의 공헌은 지대하다. 대부분 불교의 교의는 인생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각 개인의 특정한 판단에 의의를 두고 있다. 이러한 사상을 바탕으로 불교는 사람들에게 일정한 규범과 준칙을 제시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심리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모든 종교는 신앙생활과 종교의식을 통해 경건함과 신비감을 준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마음의 안정과 해탈을 얻을 수 있다. 객관적으로도 이러한 상태에 이르게 되면 심리적 평형을 이루게 돼 심신의 건강을 얻는 데 유리하다. 번뇌는 인간의 심리적 건강과 밀접하다. 현대사회에서 번뇌는 망상, 억울, 초조와 같은 심리적 불균형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따라서 번뇌는 불교만의 특수용어가 아니라 현대사회의 보편적 심리작용이다. 1979년 3월, 국제노동기구에서는 ‘현대 사회에서는 10명 가운데 1명은 모종의 심리적 장애를 겪고 있다. 20세기 말에 이르면 세계에서 약 2억명이 심리적 질환을 앓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종교가 순기능으로 작용할 때는 이러한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 그 자체가 역기능으로 작용하면 오히려 엄청난 재앙으로 돌아온다. 현대사회에서 인류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이 정치이다. 정치의 역기능으로 야기된 문제는 종교가 순기능으로 작용할 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종교가 뒷전에 물러나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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