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아주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작심한 듯 이른바 ‘논두렁 시계’와 관련해 국정원이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박연차 회장한테서 받은 스위스산 명품 시계는 어떻게 했는지를 묻자 노 전 대통령이 “시계 문제가 불거진 뒤에 아내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디다”라고 말한 것이 전부라고 했다.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당시 ‘논두렁 시계’라는 화두는 여권은 물론 일부 언론들까지 가세해서 노 전 대통령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혔던 ‘무기’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 무기가 실은 국정원이 만들어 냈다는 뜻인가.

국정원의 공작 수준에 가깝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당시 검찰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내용을 놓고 ‘언론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국정원이 검찰의 수사내용을 과장하고 왜곡해서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심지이 이 전 중수부장은 당시 국정원은 ‘빨대’ 정도가 아니라 ‘공작’ 수준에 가깝다는 말까지 했다. 다시 말하면 국정원의 공작에 의해 명품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말까지 나왔다는 뜻이다.

잠시 당시의 상황을 되돌아보자. 검찰은 언론에 매일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내용을 흘렸다. 일부 언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패덕한 군주’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데 앞장섰다. 헬기까지 띄워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를 실시간 중계하기도 했다. 물론 일부 여론도 덩달아 춤을 췄다. ‘논두렁 시계’라는 표현이 그 기폭제가 됐다. 심지어 “봉하마을에 1억짜리 명품 시계 주우러 가자”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그로부터 열흘쯤 뒤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논두렁 시계’는 애초부터 없던 말이라는 주장이다.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그냥 넘어갈 것인가. 물론 검찰도 공범이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이제 와서 국정원을 때리는 발언을 내놓는 배경도 석연치 않다. 당시 수사팀원이었던 우병우 민정수석을 돕고 박근혜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정치적 포석이라면 건강하지 못하다. 검찰과 자신의 면죄부를 받으려는 의도가 더 컸다면 치졸하기조차 하다. 그리고 국정원이 뜬금없이 ‘논두렁’ 얘기를 만들어 낸 것인지도 더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어찌 됐건 이대로 묻어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전직 대통령의 비리 혐의를 수사하면서 없는 말까지 만들어내 여론을 호도하고 심지어 당시 수사 책임자가 국정원의 공작까지 언급한 대목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는 일이다. 국정조사 등을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 단순한 응징의 차원이 아니다. 바른 역사를 위해 국정원과 검찰을 바로 세우는 노력을 예서 멈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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