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장

 
예상치 못한 변신이었다. 보통 사람들과 비교해 너무나 큰 키와 덩치는 예능인으로서는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누가 봐도 어색했다. 툭툭 내뱉는 투박한 말투와 어색한 몸짓은 기존의 예능프로그램 단골 출연 멤버와 비교하면 아주 낯선 것이었다. 방송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면서 “누구를 도와주러 나왔다. 연예인은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자신을 연예인의 범주에 집어넣기가 민망스러워서 나온 어투였다.

하지만 어느새 독특한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모습이 오히려 대중들의 호감을 끌게 됐다. 의도적으로 연출하지 않고 그냥 있는 대로 보여준 것이 관심을 높이게 된 것이다. 이제는 연예인임을 물어보는 질문을 받을 땐 “네”라는 대답이 그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

‘국보급 센터’ 서장훈이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특별 게스트로 출연했다가 수개월여 만에 메인 출연자로 자리를 잡아 예능 관계자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하는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서장훈은 MBC ‘세바퀴’ ‘일요일 일요일 밤에’, Mnet ‘야만TV’ 등 3개 프로그램에 고정 멤버로 출연하고 있다. 스포츠 스타 출신으로서는 오래전 씨름 천하장사에서 연예계 MC로 전환, 유명세를 탄 강호동에 이어 연예계의 대박 스타로 자리 잡을 조짐이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인 서장훈의 매력은 전혀 예능인 같지 않은 존재감이 역설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는가 싶다. 농구선수 출신으로 2m 7의 큰 키와 특유의 외모에서 풍기는 평범하지 않은 모습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관심을 더 높여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농구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서장훈은 2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4-15 KCC 프로농구 서울 SK와 부산 KT 경기서는 스포츠 전문 케이블 위성채널 MBC스포츠 플러스 1일 해설위원으로 나서 즉흥적인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동안 스포츠 스타로서 연예계에서 성공한 이들은 대부분 평범하지 않은 조건으로 자신의 매력을 발산시켰다. 강호동, 이만기, 양준혁 등이 그런 경우에 속한다. 강호동과 이만기는 씨름 천하장사 출신으로 우람한 체격과 강한 기질을 바탕으로 지칠 줄 모르는 ‘스태미너의 화신’으로 자리매김했다. 야구 홈런왕 출신인 양준혁은 구수한 사투리와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기존 연예인들과 확실히 차별되는 모습을 보였다. 서장훈은 이들과는 또 다르게 스포츠 스타의 개성을 살린 케이스였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스포츠 스타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다양한 캐릭터를 선호하는 시청자들의 취향과 기호에 맞춰가기 위함이다. 시청률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는 방송사들은 참신한 예능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스포츠 스타 출신들을 문화, 예술, 연예계 인사들과 함께 출연진으로 내세우는 경향이 많다.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선 스포츠 스타들이 잦은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사회적 명사로 대우받는 일이 잦다.

스포츠는 이제 더 이상 스포츠에만 머물지 않는다. 스포츠는 현대사회에서 시대의 구성물로서 상황에 따라 많은 변화를 보였다.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을 넘어서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스포츠는 점차 엔터테인먼트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스포츠가 점차 예능화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연예인으로 전환하는 스포츠 스타들의 발길이 활발하다. 여가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스포츠가 TV중계를 통해 미디어스포츠로 자리 잡게 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대중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스포츠 스타들이 예능프로그램으로 진출하는 것은 시대적인 추세이다.

스포츠가 일상사가 된 요즘, 서장훈 등 스포츠 스타 출신들이 경기장이 아닌 TV에서 성공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포츠의 사회적 기여도를 생각해 본다.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스포츠의 참다운 가치를 스포츠 스타들이 예능프로그램에서 다양한 개성과 취향으로 잘 표현해 나가는 것도 개인적 명예와 부를 가꾸면서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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