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연대노조 조합원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우체국 포스트타워 앞 광고판에 올라 ‘통신 비정규직 장기파업 사태해결 촉구’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제자리 수준의 최저임금, 현실 고려하지 않은 처사”
“朴 정부 대책대로라면 비정규 문제 해결 불가능”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 재도약도 지속성장도 어렵고 사회통합도 안 된다.”

이는 3월로 예정된 노사정 대타협을 앞두고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노사정 대표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노동 개혁은 박 대통령 집권 3년 차 핵심 과제다. 올해 노동시장의 변화가 주목되는 이유다. 그러나 노동 개혁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이번 노동 개혁의 세부 사항을 놓고 노사정 간에 이견조율이 쉽지 않은 데다가 정부가 주장하는 비정규직 대책 등은 노동계의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집권한 지 2년이 지나도록 일자리 공약 대부분은 지켜지지 않고 있어 남은 기간 얼마만큼 노동시장을 개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경실련이 16일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 정도를 ‘미이행’ ‘후퇴이행’ ‘완전이행’으로 나눠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행복한 일자리 분야’는 완전이행률이 18%에 불과했다. 48개의 세부공약 가운데 9개가 이행된 셈이다. 본래 공약이 후퇴돼 이행된 것은 19개로 40%를 차지했다. 아직까지 이행하고 있지 않은 공약은 20개로 4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경실련은 ‘청년 창업활성화’ ‘대한민국 청년이 세계를 움직이는 K-Move’ 등 주로 펀드 조성과 같은 정책이나 고용정책기본법과 관련된 법 정비 부분은 이행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반면 일자리 분야에서 이행률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 영역은 ‘최저임금 인상기준 마련해 근로자 기본생활 보장’ ‘경기변동에 대비한 고용안정 및 정리해고 요건 강화’ ‘대화와 상생의 노사관계 정착’ 등이다. 특히 국회에 제출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10여개가 넘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7.1% 인상한 5580원이다.

청년유니온 정준영 정책국장은 “지난 2년간 인상된 최저임금을 볼 때 정부가 현 임기 내에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최저임금 인상률은 7%대로 굳혀진 것 같다. 이는 노동계가 주장하는 인상률보다 낮다”며 “노사정위원회가 있지만 사실상 공익위원들이 정부 입장을 관철하는 정도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나 하는 문제의식이 들고, 중소기업이 어렵다거나 청년일자리가 줄어든다는 핑계로 최저임금을 억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 사무국장은 “그러나 국제적인 상황을 볼 때 각 나라에서 최저임금을 적극 추진하는 추세고,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청년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볼 때 최저임금 인상은 지난 2년과 같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어두운 현실도 올해 어김없이 드러났다. 패션업계 등에서 청년들에게 이른바 ‘열정페이’를 상습적으로 요구해 온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2년 새 크게 늘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지난해 분석해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8월 기준 227만명(전체 임금노동자의 12.1%)으로 2012년 기준 170만명(9.6%)에서 크게 증가한 셈이다. 최저임금 현실화가 시급한 이유다.
최저임금 100% 적용으로 인해 해고 위기에 떨어야 했던 아파트 경비원 사태도 현 노동자들의 현실을 대변해주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논란도 많다.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추진 중인 시간 선택제 일자리가 고용안정성을 떨어뜨리는 기존의 ‘질 나쁜 시간제 일자리’를 확산시키는 격이 되고 있다는 게 노동계의 평가다.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도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는 기간제나 파견 노동자의 고용기간을 현재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리는 내용, 직무·성과급 중심 임금 개편 등이 담겼다.

한국노총은 앞서 성명서를 통해 “청년고용 대책강화를 위해 비정규직 차별철폐 및 정규직 전환을 주요과제로 설정했지만 정부는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업종을 확대하는 비정규직 고착화 및 양산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무늬만 ‘청년고용 대책 강화’일 뿐 알맹이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데 정부 정책이 먹힐 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맞서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광범위하게 연대하는 ‘장그래살리기 국민운동본부(가칭)’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1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정부 비정규직 종합대책과 노동인권에 관한 토론회’에서 “정부대책대로라면 비정규직 문제를 바로잡기 불가능한 것은 물론 ‘평생 비정규직 시대’를 여는 꼴이 될 것”이라며 “비정규노동자의 처우개선과 고용보장을 위한 올바른 방법으로 우선 비정규직 규모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