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대전시 중구 한밭체육관에서 ‘실버의 열정! 제2의 도전!’이란 주제로 노인일자리 경진대회가 열린 가운데 한 어르신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일자리부족·저임금 문제
‘기초연금’ 공약도 파기
노인빈곤율 50% 육박
법적·제도적 장치 시급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정부는 복지를 외치지만, 이건 진짜 복지가 아니에요. 우리(노인들)는 갈수록 사는 게 더 힘들어요. 죽지 못해 겨우 삽니다.”

82세의 고령인 김병국씨. 그는 기초연금 20만원을 받고 있다. 정부지원 노인일자리(월 20만원)도 하고 있다. 하지만 근무기간은 9개월뿐이다. 고정 수입이 아닌 터라 늘 경제적 고민에 빠진다. 월세 25만원을 내고나면 입에 풀칠할 정도다. 쌈짓돈이 생기면 무조건 모아둔다. 맛있는 음식을 사먹는 것도, 따뜻한 옷 한 벌을 사는 것도 그에겐 사치다. 병원비도 아깝다. 정부에 대한 신뢰감도 떨어졌다. “대통령이 공약조차 지키지 못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정부를 믿나요. 입에 발린말로 상황만 모면하려는 게 이 나라 정권입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 선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박 대통령은 공약시절부터 복지를 외쳤다. 하지만 현재 양극화는 더 심화되고 복지 이행은 미흡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실제 복지를 체감하는 어르신들은 노인복지 수준이 ‘최하’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빈곤율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노인복지수준 향상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빈곤율 OECD 보다 심각

통계청의 ‘2014년 고령자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8%에 달했다. 만 65세 이상의 노인 두 명 중 한 명이 빈곤층이라는 이야기다. 노인빈곤율은 2010년 46.3%, 2011년 47.6%, 2012년 47.2%로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최근 빈곤 및 불평등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노인빈곤율은 50%에 육박했다. 이는 전체 빈곤율인 13.7%보다 3.5배가 높은 수치로, 노인 빈곤율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고령화에 따른 노년부양 부담과 시사점’ 자료에서도 노인빈곤 문제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연구보고서에서는 생애주기별 빈곤율을 살피는데, 한국평균 빈곤율은 41~50세 8.9%, 51~65세 17.3%, 66~75세 45.6%였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들의 연령대별 빈곤율은 41~50세 9.5%, 51~65세 9.9%, 66~75세 11%였다.

▲ (자료출처: 통계청) ⓒ천지일보(뉴스천지)

◆당사자 외면한 노인 복지

노인빈곤율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턱없이 부족한 노인일자리와 낮은 임금 문제를 지적했다.

2000년 54만명이던 독거노인은 2013년 125만명으로 증가했고, 2035년에는 343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1인 가구 2가구 중 1가구는 독거노인 가구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것. 100세 시대라 불릴 만큼 인구 수명도 늘어나고 있다. 결국 노인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일자리를 구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노인일자리 수는 31만개에 불과했다. 그나마 80%에 해당하는 24만 8000개의 일자리는 9개월만 근무 가능한 공공부문 일자리다. 안정적인 소득원은 아닌 셈이다.

기초연금 지급에 대한 공약 파기도 빈곤의 원인으로 꼽혔다. 대통령은 후보시절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들에게 현재의 2배 수준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기초연금은 65세 전체 노인 20만원 지급에서 노인 70%로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차등지급하는 방안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복지 분야가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사회복지 및 보건의료 복지영역을 포함하고 있는 ‘평안한 삶’의 완전이행률이 3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권능 (사)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연구위원은 “정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기초수급노인은 오히려 혜택이 적다. 중복급여 때문이다. 기초연금은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부문에 대한 문제점도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사명감, 도덕감, 사회구성원으로서 해오던 일을 현금화시켜 일자리로 만들어버렸다”며 “일자리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필요한 부분의 경우 질적인 일자리 확충이 돼야한다”며 “또한 한시적이어도 기초연금을 인상하는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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