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지방경찰청이 제작한 ‘4대 사회악 근절’ 아이콘.
각종 범죄율 여전히 높고
현장선 ‘안일한 대응’ 도마
국민안전체감도 21% 그쳐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성폭력과 가정폭력 등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4대악’은 지난 2년간 박근혜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체감도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사회 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여전히 높고, 정부의 요란한 구호와는 달리 정작 현장에선 관계기관의 안일한 대응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4대악이란 박근혜 대통령이 18대 대선후보 시절 꼽은 4가지 범죄로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을 말한다. ‘4대악 척결’을 슬로건으로 내건 박근혜 정부는 경찰인력을 늘리고,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총력전을 폈다.

그 결과 정부는 가해자를 검거하지 못한 사건 비율인 미검률과 재범률 등에서 성과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성폭력 미검률은 지난해 목표치인 10.6%를 넘어선 5.0%를 달성했다. 성폭력 재범률도 지난해 목표치인 6.3%를 초과해 5.4%를 기록했다. 가정폭력 재범률도 11.1%를 달성해 기존 목표치(11.4%)를 넘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범죄 발생 추이로 보면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성 안전과 직결된 성폭력 범죄의 경우 해마다 늘고 있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이 지난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2012~2014년 7월 성폭력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는 지난 3년간 총 6만 7810건 발생했으며, 2012년 2만 2933건에서 2013년 2만 8786건으로 26%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다르지 않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치안전망 2015’ 자료에서 카메라 활용, 통신매체 이용 음란 범죄 급증, ‘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죄’ 신설 등의 요인으로 올해도 성범죄 입건 수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가정폭력 사건 처리 과정에선 정부의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가정폭력 주요 사건으로는 지난 2013년 의붓딸을 계모가 때려죽인 ‘울산·칠곡 계모’ 사건, 올해 1월 경기도 안산에서 40대 남성이 아내의 전남편과 그 딸을 살해하고 인질극을 벌인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안산 인질극 처리 과정에선 경찰의 가정폭력 대응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인질범의 아내가 사건 발생 전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이 가정사로 치부하는 안일한 대응으로 화를 키웠다는 게 여성단체들의 주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에 따르면 지난 한해 가정폭력 신고는 22만 6247건, 아동폭력 신고는 1만 7766건에 달했지만, 이들 범죄와 관련한 신변보호 요청과 처리 등에 대해선 자료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역시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최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폭력 통계 자료를 보면 2014년 상반기 학교폭력은 전국 1만 662건으로 2013년 상반기의 7713건보다 9.8% 증가했다. 학생 1000명당 현황으로 보면, 학교폭력은 1.49건에서 1.69건으로 13.2%나 많아졌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2014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토대로 학교폭력이 감소 추세라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4대악 척결 대책 성과에 대해선 국민도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창원시 도계동에 사는 이모(25, 여) 씨는 사회 안전에 대한 질문에 “점점 더 위험해지는 것 같다”면서 “정부의 4대악 근절 대책이 아직 피부로 와 닿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학교 교사인 박모(30, 여) 씨는 “학교 근처에서의 불량식품 판매는 줄어든 것 같은데, 학교폭력이 특별히 줄었다고는 느끼지 않는다”라고 했다. 전남 목포에 사는 김모(중학교 3학년)군도 학교폭력에 대해 “박근혜 정부 들어 특별히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국민안전처는 지난해 12월 29일 안전정책조정회의에서 하반기(7~12월) ‘4대악 국민안전체감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9세 이상 일반인 1200명, 중고생 1000명, 전문가 100명과 식품안전 패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응답자의 21%만이 “우리사회가 안전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의 4대악 근절 대책이 효과가 있다는 응답은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분야에서 모두 50%가 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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