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충청남도 도지사가 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지사직을 사퇴했다.

이날 이 지사의 사퇴로 인해 ‘세종시 수정안’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먼저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물러나는 저를 용서해 주시기 바란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원안추진에 도지사직을 걸겠다는 약속을 해왔다”고 사퇴 배경을 밝혔다.

이 지사는 이어 “저는 충남의 도백으로서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에 따라 국민들과 도민들에게 정부 정책에 협조해 주실 것을 호소했으며 특히 공주시민과 연기군민들께는 삶의 터전을 내 줄 것도 요구했다”며 “법은 지켜져야 하고 성실히 집행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원안추진을 확신해도 좋다는 약속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출직 도시자로서 어제는 법 집행에 협조해 달라고 하고 오늘은 정반대의 논리로 다른 말씀을 드릴 자신이 없다”며 “국가발전과 지역발전을 위해 원안보다 나은 대안을 도저히 찾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공론화되고 있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회의의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는 “세종시는 충청도만의 것도 아니고 특정 정부의 전유물도 아니라 수도권 집중문제를 해결하고 황폐해져 가는 지방을 살려야 한다는 국가의 염원과 비전, 철학이 담겨져 있는 국책사업”이라며 “지방에 수도권과 같은 흡인력 있는 도시를 만들어 수도권 집중을 완화시키고 수도권 주민의 삶의 질과 지방의 경쟁력을 높여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을 제고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저는 국정철학과 방향이 배재된 채 일관성 없이 논의되고 있는 대안을 위한 대안 찾기에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절차적 투명성, 민주성, 정당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몇몇 사람들에 의해 대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국민적 불신과 분열이 생길까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오늘 저의 사퇴로 세종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 시대 국민들께서 정치인에게 바라는 더 큰 가치를 입으로 말하지 않고 온 몸으로 말하려고 한다”며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 기꺼이 동참해 주신 국민여러분, 원안추진을 당부하신 충남도민 여러분, 소망을 지켜내지 못하고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저를 용서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충남도시사로서 세종시 대안마련 논의과정에 참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지금 정부에서 마련하려는 대안은 철저하게 비공개라는 것은 문제”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한나라당 탈당은 않고 도지사직에서 물러나는 배경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지사는 “정당탈당과 정책적 의견은 다른 문제”라며 “당내에서 소화되고 설득되고 대화와 타협, 경우에 따라서는 싸울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책과 가치에 있어서는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종시는 충청남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혁신도시, 수도권과 비수도권과의 문제가 연결된 것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땅, 집은 물론이고 묘지까지 파서 다른 데로 가야 ‘행복도시’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어제까지의 일을 뒤엎고 반대 논리로 주민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지사는 “다음번 지방선거는 물론, 당분간은 활동할 계획이 없다.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있어서 휴식하고 싶다”며 “어떤 정치인도 약속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도지사직을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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