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리없는 흉기 ‘악플’… 방패 없나 ⓒ천지일보(뉴스천지)

일반네티즌 넘어 국가기관·판사까지 가담
불명확한 판단기준으로 법적 제한 어려워
7월 7일 ‘클린 Day’? 아는 사람 드물어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최근 현직 부장판사가 6년간 인터넷 뉴스에 1만여개의 막말 댓글을 올려 충격을 주고 있다. “노무현은 왜 머리통을 바위에서 터트려 인생을 자퇴했죠?”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적으로 비난한 글부터 “전라도는 절대 안 바뀌어요. 대구 사람들이 못 따라갈 절대 수꼴들이죠”등 특정 지역에 대한 노골적 적대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을 통해 정치활동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일베 게시판에는 ‘친구 먹었다’는 글과 함께 단원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어묵을 들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이는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을 ‘어묵’으로 비하하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네티즌도 모욕 혐의로 구속됐다.

인터넷 익명성을 무기로 한 악플러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일반 네티즌들뿐 아니라 국가정보기관과 법을 집행하는 판사에 이르기까지 상식 밖의 댓글을 인터넷에 유포시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인터넷 뉴스에 달리는 댓글은 여론으로써의 영향력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사람들은 인터넷 뉴스 댓글을 통해 기사의 쟁점을 둘러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접하고 이를 통해 획득된 정보는 각 개인의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댓글은 여론 동향을 파악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위의 사례처럼 익명성을 통한 언어폭력, 댓글 아르바이트의 성행으로 인한 여론 조작, 악플 문화 등 부정적인 기능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제한할 법적 근거는 미비하다. 정보통신망 관련 법률에는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명예훼손인지 모욕인지 구분도 어렵고 판단 기준도 불명확하다. 국회에서도 7월 7일을 ‘클린 Day’로 지정하고 깨끗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이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급속도로 발전한 인터넷 기술에 걸맞은 건전한 문화 형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석호익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은 “인터넷 기사나 게시글과 거기에 따라붙는 댓글들이 자극적인 욕설과 외설·비방·루머·광고 등으로 점철되는 일들이 난무하고 있다”며 “인터넷 댓글은 문장이 짧으면서도 메시지가 자극적이거나 강렬해서 기사나 게시물 등 본문보다 더 잘 읽히는 경향이 있고 파급효과도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석 연구원은 “인터넷에서 게시물을 올리거나 댓글을 다는 행위는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좀 더 편하고 자유로운 의견을 표현할 수 있지만 욕설과 비방, 허위사실 유포 등은 범죄이자 살인무기이며 자기양심을 파는 일”이라며 “스스로 올바른 댓글문화를 지키면서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하는 인터넷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가정과 학교에서도 인터넷 예절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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