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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즐거워야 할 명절이 언제부턴가 ‘이혼’으로 가는 관문이 됐다. 최근에는 중년이혼이 황혼이혼과 신혼이혼을 앞질렀다는 통계도 있는 만큼 40~50대 부부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시대가 변한 만큼 명절에 쌓여있던 불만이 폭발하지 않도록 서로가 주의해야 한다는 게 가정상담 전문가들의 말이다.

통계청의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이혼 건수는 2011∼2013년에 월평균 이혼신고 기준으로 7월(1만 400건)이 가장 많았다. 이어 10월 1만 200건, 5월 1만 100건 순이었다. 지난해에도 관련 통계가 집계된 10월까지 7월의 이혼 건수가 1만 4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부부가 법원에 이혼 신청을 한 뒤 갈라서기까지 통상 2개월 정도가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설 연휴에 일어난 갈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설을 보낸 다음 달에 이혼소송을 내거나 협의이혼을 신청하는 건수가 크게 증가한다는 통계도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최근 5년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 소송은 설 연휴 다음 달 증가했다. 구체적으로는 설 연휴 다음 달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소송 건수는 2009년 4086건, 2010년 4223건, 2011년 4229건, 2012년 3755건, 2013년 3581건으로 전 달보다 각각 23.9%, 28%, 38.5%, 16.7%, 14.5% 늘었다.

이처럼 부부가 설 연휴에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배경은 의외로 단순하다.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친정이나 시댁에 가는 순서, 명절 선물 마련, 음식 준비 등을 놓고 갈등이 고조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최근에는 남녀평등을 외치는 시대가 되면서 부모세대와의 충돌이 부부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자식과 갈등이 생기지 않는 방법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설날과 추석 중 한 번은 시댁에, 한 번은 친정에 먼저 가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김 소장은 “시대가 변했다 하더라도 이같이 할 수 있는 집안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부모세대는 변화에 따라갈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고, 젊은세대는 부모세대가 살아온 환경을 존중하며 급진적인 변화를 바라거나 반격하는 태도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최근 젊은세대뿐 아니라 부모세대에서도 맞벌이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중년부부도 서로를 동등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0대와 50대 여성 고용률은 각각 65.1%와 60.9%로 관련 통계 기준이 변경된 1999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간제 일자리 증가 등으로 여성 고용이 활성화된 부분도 있지만 팍팍한 가계 살림에 일터로 나오는 중년 여성이 많아진 것이다.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은 “말 한마디, 표정, 말투 때문에 큰 싸움으로 번지게 되는 것”이라면서 “서로 먼저 위로받으려고 하지 말고 먼저 위로를 해주면 사이가 더 돈독해질 것이다. 명절 이후에 서로에게 작은 선물을 주거나 여가계획을 세우는 것도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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