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근 사회적으로 아동학대의 문제와 심각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일부 어린이집에서의 연이은 아동학대 사건이 수많은 부모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따라서 부모는 무엇이 아동 학대인지와 아이의 어떤 모습을 보면서 아동학대를 의심할 수 있는지 등을 알고 있어야 한다.

아동학대는 아동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엄격한 잣대와 기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아동학대는 신체학대, 정서학대(또는 언어적 학대), 성학대, 방임으로 나뉜다. 흔히 아이를 심하게 때리는 것만을 학대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신체학대의 일부분에 해당할 뿐이다.

이외에도 생후 36개월 이하의 영아에게 가해진 체벌은 상황과 이유에 상관없이 신체학대에 해당하고, 또한 아이에게 물건을 던지거나, 몸을 밀거나, 손으로 움켜쥐거나, 발로 차거나, 물건으로 때리거나, 꼬집거나, 몸을 낚아채거나, 바늘로 찌르거나, 할퀴는 등의 폭력적 행동이 모두 신체학대에 해당한다. 아이에게 언어폭력을 사용하거나, 잠을 재우지 않거나, 형제나 친구와 비교하면서 차별하거나, 왕따를 시키거나, 벌거벗겨 내쫓거나, 밀폐되거나 좁은 공간에 감금하거나, 다른 사람이 폭력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하거나, 내쫓겠다고 반복적으로 위협하는 등의 행동은 정서학대에 해당한다.

성학대는 성인이 18세 미만의 아동에게 가하는 일체의 모든 성적 행위를 말한다. 방임 역시 아동학대의 한 범주로서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는 등의 물리적 방임, 학교에 보내지 않는 교육적 방임, 치료를 제공해주지 않는 의료적 방임이 있다.

언어적 표현 능력이 불가능하거나 미숙한 만3세 미만의 어린 영·유아들이 어린이집에서 학대를 당했을 때 집에서 보일 수 있는 모습들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선 겉으로 드러나는 신체적 상처 외에도 행동의 변화를 보일 수 있다. 부모를 갑자기 두려워하거나 거꾸로 부모에게 계속 매달리면서 옆에 있으려는 행동, 부모의 옷이나 머리카락을 반복적으로 만지는 행동, 부모와 눈을 잘 마주치지 않으려는 행동, 집에 손님이 왔을 때 피하거나 숨는 행동, 놀이를 할 때 장난감이나 인형을 때리거나 혼을 내는 행동,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모습, 자다가 갑자기 깨서 우는 모습, 무서운 꿈을 꿨다면서 우는 모습, 예전과 다르게 행동이 산만해지거나 주의집중력이 부족해짐, 공격적인 행동 또는 위축된 모습 또는 이 둘의 모습이 번갈아가면서 나타남, 신경질적인 반응이나 화를 자주 냄, 어린이집에 가기를 싫어함, 손가락이나 특정 물건을 계속 빨거나 뜯는 모습, 더 어린 아기처럼 행동하는 모습(퇴행적 행동) 등을 보인다.

아이가 이러한 행동을 보일 때 부모는 야단을 치지 않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려고 노력하면서 공감하는 반응을 해 준다. 그런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편안하고 안전한 분위기에서 물어본다. 예컨대 “우리 OO가 전에 안 보였던 모습을 보이는구나. 마음이 안 좋아 보이네. 혹시 어린이집에서 안 좋은 일 있었어? 엄마한테는 다 얘기해도 돼. 엄마가 야단치지 않고 OO를 도와주려고 그래.” 아이가 쉽게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면 엄마는 “혹시 선생님이 때렸어? 무섭게 했어?” 등의 구체적 질문을 던진다.

일단 부모의 생각에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판단되면, 먼저 아동학대 신고를 한다. 1577-1391(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129(보건복지 콜센터)는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그런 다음에 어린이집에 확인과 설명을 요구한다. 의심되는 교사 및 원장에게 부모의 인지한 내용을 알린다. 아이에게는 최대한 안심시키는 반응을 보이고, 상황의 파악과 사태의 해결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다. 그러면서 치료기관에서의 검진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아이를 다그치거나 야단치는 것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 아이에게 빨리 제대로 말하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 아이 앞에서 몹시 흥분하여 화를 내거나 크게 우는 행동, 아이가 울 때 빨리 울음을 그치라고 말하는 것, 무엇인가 네가 잘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 하는 것 등은 절대 부모가 보여서는 안 되는 반응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동학대가 사라지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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