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은 ‘정치적 댓글’을 상습적으로 작성해 논란이 된 수원지법 이모(45) 부장판사의 사표를 14일 수리했다. (사진제공: 대법원)

검찰 수사는 피하기 어려울 듯… 댓글 피해자 고소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이른바 ‘댓글판사’로 불리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부장판사의 사표가 하루 만에 수리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 악성 댓글을 수년간 상습 작성해 사법부의 신뢰에 손상을 줬음에도 대법원이 징계는 물론 충분한 진상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지난 2012년에도 법원 여직원을 성추행한 부장판사를 징계 없이 의원면직 처리한 바 있다. 이에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할 사법부가 제 식구부터 감쌌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수원지법 이모(45) 부장판사가 지난 13일 제출한 사표를 오는 16일 자로 수리하겠다고 14일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아이디 여러 개를 번갈아 사용하며 포털 사이트에 정치 편향적인 댓글 등을 수천 개 작성했다.

대법원은 이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해당 행위가 의원면직 제한 사유에 해당하는 ‘직무상 위법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직무 관련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로는 이번 사건의 발생 영역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이라는 점과 자연인으로서 사생활의 영역에서 벌어진 일로 이 부장판사가 법관의 신분을 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이번 대법원의 사표 수리로, 이 부장판사는 징계 처분 없이 의원면직 처리된다. 이는 이 부장판사에게 사직 후 변호사 개업의 여지를 준 것이기도 해 비판이 일고 있다. 물론 법관에 대한 징계는 최고 수위가 정직 1년에 불과하다.

대법원은 이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하고 징계 처분을 내리면 오히려 법관직이 유지돼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이 부장판사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만큼 변호사로서 활동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변호사법 8조는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인해 징계 처분을 받은 자’뿐만 아니라 ‘재직 중 위법행위와 관련해 퇴직한 자’도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사들의 연이은 사회적 물의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다시 한 번 흔들리게 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달 열린 대법원 시무식에서 “우리는 신뢰의 탑이 작은 사건 하나로 무너지고 마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했다”며 “오랫동안 내려온 관행이라고 무관심해 하지 말고 정당성을 항상 재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한편 이 부장판사가 징계를 받지 않고 법원을 떠나게 됐지만 검찰 수사는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정렬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이 부장판사가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해 고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연인이 될 사람에 대한 고소제기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어 잠깐 고소제기를 주저했었다”며 “그러나 대법원이 이씨의 순조로운 변호사 등록을 돕기 위해 그 분의 사직서를 즉각 수리해 버린 행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 고소 이유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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