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직 부장판사 ‘악플러’ 활동 (사진출처: JTBC)
대법원, 당혹스런 분위기 속 수습책 고심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현직 부장판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수년 간 신분을 감춘 채 부적절한 댓글 수천 개를 달아 온 사실이 드러났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A 부장판사가 2008년부터 최근까지 아이디를 바꿔가며 포털 사이트 기사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댓글 수천 건을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A 부장판사가 소속된 수원지법은 문제의 댓글을 작성한 경위와 그 사실이 드러난 경위를 함께 파악 중이다.

A 부장판사는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촛불 폭동’으로 표현했다. 항소심 판결에서 법정 구속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서도 “종북세력을 수사하느라 고생했는데 인정받지 못해 안타깝다”는 글을 남겼다.

지난해 말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비선 실세’ 의혹을 받은 정윤회씨와 관련해서도 “비선 실세 의혹은 허위 날조”라고 주장했다.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할 필요가 없다. 검찰은 범죄를 수사하는 곳이지 여론의 궁금증을 푸는 곳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지난달 터키에서 실종된 김모군 사건 기사에 ‘이런 종북들이나 김군이나 폭력 투쟁에 길든 늑대들. 염산병과 쇠망치로 점철됐던 촛불 폭동이 그립지? 평양은 비난 못하면서 IS는 손가락질하는 이중성’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A 부장판사는 댓글을 단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됐지만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익명으로 표현한 개인의 사상을 제재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나타냈다.

앞서 대법원이 “법관은 의견을 표명함에 있어 자기 절제와 균형적 사고를 바탕으로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지만 A 부장판사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댓글 작성 사실이 공개되면서 징계 청구는 불가피해진 분위기다. 법관징계법은 법관이 그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 징계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성낙송 수원지법원장은 “아무리 익명으로 댓글을 작성했다고 해도 그 내용이 여러분들께 아픔과 상처를 줬다. 판사로서 이런 댓글을 작성한 행동은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이어 “징계 청구 여부에 관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징계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법관 징계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기에 앞서 A 부장판사가 악성 댓글을 작성한 사실이 어떻게 알려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해킹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아울러 대법원은 언론 매체에 보도된 악성 댓글이 실제 존재하는지, 언제 작성됐는지 등도 조사하고 있다.

A 부장판사가 오는 23일자로 다른 법원으로 전보됐기 때문에 징계 청구는 수원지법이 아닌 새로운 소속 법원에서 이뤄질 수도 있다.

A 부장판사가 사직하거나 징계를 받지 않더라도 법관으로서 계속 업무를 맡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건 당사자들이 정치편향을 드러낸 A 부장판사를 기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A 부장판사는 판결 선고를 앞둔 재판의 변론을 재개하고 이날 휴가를 낸 채 출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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