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9호선 929역은 봉은사역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전단.

개신교계 강력 반발 “‘코엑스역’으로 바꾸라”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오는 3월 개통 예정인 서울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을 놓고 개신교계에서 ‘종교편향’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개신교계는 역명을 ‘코엑스역’으로 바꿀 것을 서울시에 촉구했다.

다음달 28일 개통하는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 929정거장 명칭이 ‘봉은사(奉恩寺)역’으로 확정된 가운데, 국민일보가 10일 ‘지방자치단체의 역명 설문조사 때 불교계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거세다. 개신교 단체들은 보도 후 일제히 ‘종교편향’이라며 서울시를 비난하고 역명을 ‘코엑스역’으로 바꿀 것을 촉구했다.

국민일보는 929정거장에서 훨씬 가깝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코엑스 대신 대한불교조계종 봉은사의 이름을 역명으로 정한 것은 불교계의 조직적 개입 결과라고 보도했다. 929정거장이 코엑스와는 바로 연결될 뿐 아니라 코엑스 측이 시민편의 차원에서 지하철역에 80㎡의 토지를 내놨지만 역명에서 빠지고, 역과 120m 떨어진 봉은사가 역명으로 채택됐음을 지적하고 이는 역명 선정 과정에서 불교계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강남구청은 2013년 12월과 지난해 1월 두 차례 설문조사 후 서울시지명위원회에 ‘봉은사역(코엑스역)’ ‘코엑스역(봉은사역)’을 추천했다. 그러나 서울시지명위는 지난해 4월 봉은사가 역사성이 있다는 이유로 코엑스를 배제한 ‘봉은사역’을 역명으로 선정했다. 코엑스 측은 지난해 서울시지명위에 ‘코엑스라는 명칭을 병기라도 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역사명 논란은 강남구청 인터넷 설문조사에서 촉발됐으며, 조계종이 조직적으로 인터넷 설문조사에 참여함으로써 표심을 왜곡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2013년 12월 강남구청이 주민센터에서 수행한 1차 선호도 조사까지만 해도 1위 코엑스, 2위 봉은사로 나왔으나, 불교계가 ‘봉은사역’을 관철시키기 위해 ‘조계종 봉은사 역명제정추진위원회’를 조직하고 2만명 서명 작업과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신도들을 상대로 인터넷 투표 참여를 적극 독려했다는 것이다. ‘지하철 9호선 929역은 봉은사역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투표 방법이 적힌 전단을 만들어 배포하고, 인터넷 게시판에 강남구청 인터넷 투표에 곧바로 접속하도록 주소 링크까지 하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한 결과 2차 인터넷 설문 조사 응답자 1440명 중 봉은사가 찬성률 60.5%로 코엑스(35%)를 앞섰다고 전하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신교계 단체들은 일제히 서울시의 결정에 반발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앞서 3일 논평을 내고 “불교계는 2008년부터 타종교에 대해 종교편향을 들먹여 왔다”면서 “한국이 불교국가도 아닌데 사찰 이름을 역명으로 정한 것은 종교편향 논란에 불을 지피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전용태 세계성시화운동본부 공동총재는 “종교편향은 국가가 특정종교에 재정·행정 지원을 편향적으로 할 때 발생한다”면서 “서울시가 사찰명을 단독 역명으로 선정한 것은 엄청난 특혜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만약 서초역을 사랑의교회 이름을 따서 ‘사랑의교회역’이라고 하면 불교계에서 가만히 있었겠나”라며 “서울시는 종교적 중립을 지켜 역명을 코엑스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연합은 10일 ‘서울시는 봉은사역 제정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서울시는 서울시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므로 시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결정을 해야 한다”며 코엑스역으로 바꿀 것을 촉구했다.

현재 수도권 전철 역사 중 사찰명을 사용하는 곳은 1호선 ‘망월사역’이 유일하다. 코레일 관계자는 “망월사역은 1966년 경원선이 개설될 때부터 역명으로 사용했으며, 1986년 1호선 전철이 그 자리에 개통되면서 이름을 그대로 썼다. 봉은사역과는 전혀 다른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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