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뱃돈도 명절스트레스 ⓒ천지일보(뉴스천지)

“큰 아이한테 3만원 주긴 적고, 5만원 주자니 부담”
“어른보다 돈 먼저 생각… 예의범절부터 가르쳐야”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설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는 생각에 기분은 들뜨지만 ‘세뱃돈을 얼마를 줘야 하나’ ‘나이에 따라 얼마나 주고, 누구까지 줘야 하나’ 등 고민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자녀의 번성과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로 새해 아침 떡이나 과일을 나눠주는 풍습이 있었다. 먹거리가 풍족해지면서 1900년대 초반쯤부터는 세뱃돈 문화가 생겨났다.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아이들의 복을 비는 세뱃돈의 의미는 여전하다. 그러나 세뱃돈의 금액이 커지면서 받는 사람에게는 1년에 한 번 얻는 큰 용돈이지만, 주는 사람에게는 명절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초등학생 조카 2명을 둔 직장인 이소현(32, 여) 씨는 “부모님 용돈에 조카들 세뱃돈까지 생각하면 조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올해는 조카 1명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세뱃돈을 얼마나 줘야 할지 모르겠다. 가방 등 입학 선물로 대신할까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미영(43, 여) 씨는 “차례상 준비에 10명 남짓한 아이들 세뱃돈까지 챙기려니 부담이 되긴 한다”며 “초등학생까지는 만원 정도 주면 되는데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은 얼마를 줘야 할지 고민이다. 3만원 주긴 작은 거 같고, 5만원씩 주자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세뱃돈 금액을 정해놓은 가족도 있었다. 김정민(37) 씨는 “지난해부터 아이들에게 주는 세뱃돈 금액을 정해놨다. 유치원생은 5000원, 초등학생 1만원, 중·고등학생 2만원이다. 대학생부터는 세뱃돈 안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뱃돈에 대한 부담 이전에 웃어른에 대한 예절을 가르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석현(55) 씨는 “1년에 한 번 주는 세뱃돈인데 크게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른들께 인사드리는 것보다 돈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웃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을 심어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세배하면 꼭 다시 앉혀서 덕담하는 등 예의범절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비주얼다이브와 함께 직장인 728명을 대상으로 ‘설날 세배’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세뱃돈으로 평균 20만원을 지출할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유무별로 살펴보면 기혼 직장인들은 평균 24만원, 미혼 직장인들은 평균 16만원을 세뱃돈으로 지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세뱃돈은 얼마가 적당하냐는 질문에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은 5만원, 중고등학생 3만원,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은 1만원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한편 세뱃돈으로 쓰일 ‘새 돈’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도 치열하다. 찾는 고객은 많지만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배부일로부터 이틀도 못 돼 신권이 바닥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은행에 가도 많은 양의 신권을 가질 순 없다. 세뱃돈으로 많이 쓰이는 1만원은 보통 한 사람당 20장 밖에 못 바꾼다. 일부 은행은 한국은행이 제작한 ‘세뱃돈, 깨끗한 돈이면 충분합니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지점에 부착해놓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불필요하게 새 돈을 찍어내면 낭비가 되는 만큼 깨끗한 돈을 세뱃돈으로 적극 사용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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